하이트진로가 작년 4월 출시한 맥주 ‘켈리’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맥주 소비 감소세와 일본 맥주의 거센 공세 속에 주력인 ‘테라’의 시장점유율도 하락세다. 두 제품의 판매 부진으로 맥주부문 적자 탈피에 나선 하이트진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테라·켈리 동반 부진…고심하는 하이트진로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켈리의 작년 11월 소매점 매출은 170억9300만원으로 전달보다 6.2%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맥주 소매점 매출은 4.5% 줄었다. 일본 ‘아사히’의 경우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캔’ 열풍에 힘입어 매출이 14.1% 늘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4월 야심차게 선보인 켈리는 국내 단일 맥주 브랜드로는 최단기간인 출시 36일 만에 100만 상자(330mL 기준 3000만 병) 판매 기록을 세웠다. 하이트진로는 켈리 출시 직후 “켈리와 테라의 투 트랙 전략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 국내 맥주 시장 1위를 탈환하겠다”고 밝혔다. 출시 석 달째인 작년 6월엔 오비맥주 카스와 테라에 이어 소매점 매출 순위 3위로 뛰어올랐다.

유통업계는 하이트진로가 지난여름 펼친 대대적인 마케팅 효과가 수그러들면서 켈리 매출이 꺾인 것으로 보고 있다. 켈리 소매점 매출 순위는 작년 10월 5위로 하락했다.

우려했던 캐니벌라이제이션(신상품이 기존 주력 제품 시장을 잠식)도 뚜렷하다. 작년 초 15%에 육박했던 테라의 소매점 매출 기준 점유율은 11월엔 10% 선까지 떨어졌다.

하이트진로는 켈리 출시 이후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하이트진로의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광고선전비는 19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7% 급증했다. 그 여파로 하이트진로는 작년 맥주부문에서 약 11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맥주부문 흑자 전환이 시급한 하이트진로로선 테라와 켈리에 다시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