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 사실혼 배우자도 가족관계 인정

제주4·3희생자의 제적부(옛 호적부)에 올라 있지 않은 사실혼 관계에 있던 배우자와 친생자, 양자도 복잡한 소송을 하지 않고 국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호적에 없는 제주4·3희생자 친생자·양자도 국가 보상받는다(종합)
9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제주4·3으로 사실과 다르게 기록된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할 수 있는 특례를 담았다.

이에 따라 제주4·3사건으로 숨지거나 행방불명된 희생자와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었지만, 혼인신고를 미처 하지 못한 배우자는 4·3중앙위원회의 결정만으로도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된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난 희생자의 자녀는 그간 서류상 친척의 자식으로 올릴 수밖에 없었으나, 혼인신고가 가능하게 되면서 자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아울러 희생자의 생전 양자로서 입양 신고를 하지 못한 사람도 4·3중앙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입양 신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장남인 희생자가 사망한 후 가계를 잇기 위해 사실상 희생자의 양자로 입양돼 희생자의 배우자를 부양하고 제사·분묘관리를 했던 사람도 법률상의 양자로 신고할 수 있다.

호주의 희생 이후 호적부에 입적한 사후 양자라면 향후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사후 양자 입적 시기 등의 요건과 절차를 정할 계획이다.

다만, 민법 개정으로 사후 양자 제도가 사라진 1991년 1월 1일 이후 양자로 입적했을 경우에는 그 대상에서 제외된다.

4·3사건 희생자에 대한 인지청구(생부·생모가 혼외자를 친생자로 인지하고 있지 않은 경우 혼인외 출생자가 제기하는 소) 특례기간은 2년 연장된다.

인지청구 특례는 연좌제 피해를 우려해 4·3 당시 희생자의 호적부에 오르지 못한 친생자들이 친자확인 소송 등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도 가족관계등록부를 새로 작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희생자·유족의 편의를 위해 친생자 관계 존부(存否) 확인의 소를 제기할 근거도 신설했다.

이 밖에 가족관계등록부 작성(정정) 결정을 위한 4·3중앙위원회의 결정 범위, 신청 절차, 요건 등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으로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위임 규정도 마련됐다.

과거 4·3사건 희생자와 유족은 사회적 여건상 희생자의 가족, 혈육임을 당당히 밝힐 수 없어 희생자 보상금이 실제 유족에게 지급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정부는 개정안 국회 통과로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행안부는 개정안의 절차 및 세부 내용 등을 담은 시행령을 7월 법 시행 전까지 개정할 계획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번 법 개정은 4·3사건 희생자와 유가족분들, 제주 지역사회의 아픔을 치유하는 하나의 전기가 될 것"이라며 "행안부는 4·3사건으로 피해를 본 모든 분이 과거의 상처를 딛고 화해와 협력으로 가는 길에 앞으로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법률 시행을 위한 후속 조치로 대통령령 개정까지 이루어지면, 실질적인 가족관계의 회복을 통해 더 많은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게 된다"며 "제주도는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역사인 4·3의 온전한 치유와 정의로운 해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