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 비결 조명
FT "더 작아진 현대 전기차 더 크게 이겼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 픽업트럭 개발에 힘쓰는 동안 한국의 라이벌 현대는 더 작아졌고 더 크게 이겼다(went smaller and won bigger)"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시간)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질주하는 현대차그룹을 조명하면서 소형 전기차 전략에 주목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합리적 가격대의 세단과 소형 SUV 위주의 전기차를 선보여 미국 전기차 판매에서 포드와 GM을 제치고 테슬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고 FT는 분석했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7.5%가 된다.

시장 점유율 57.4%로 1위를 차지한 테슬라에는 한참 뒤지지만, GM의 쉐보레(5.9%)와 포드(5.5%)보다는 앞서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4분기에도 전기차 아이오닉5의 판매량이 거의 두배 증가하는 등 미국 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은 "우리는 전기(주행)를 매우 견고하고 분명한 트렌드로 봤고 (이를) 활용해야 했다"고 말했다.

FT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현대차가 전기차 구매자들에게 세액공제 혜택을 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 내 전기차 판매 성장은 "특히 눈에 띈다(striking)"고 평가했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대당 최대 7천500달러(약 987만원) 지원하는 제도다.

FT는 현대차와 기아가 리스 등 상업용 차량에 대해선 북미 이외 지역에서 생산된 경우도 예외적으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IRA 조항을 이용해 왔다고 짚었다.

리스 차량이 현대차의 전기차 전체 판매량의 약 40%를 차지한다고 FT는 전했다.

전기 픽업트럭이나 대형 SUV에 주력해온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실책'도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드의 주력 전기차 모델은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이며 GM의 전기차 허머는 대형 SUV다.

GM의 순수 전기차 쉐보레 볼트는 많은 소비자에게 너무 작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태년 미래모빌리티연구소장은 "미국 빅3 자동차 업체들이 대형 SUV와 픽업트럭 생산에 집중하는 가운데 현대는 전기차 세단을 생산하는 몇 안 되는 업체 중 하나"라고 FT에 말했다.

S&P 글로벌의 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현대,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를 보유한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는 도요타, 포드, GM에 이어 점유율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한미경제연구소(KEI) 트로이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FT에 "현대차와 기아는 과거 미국에서 저가의 믿을 수 없는 차로 여겨졌다"면서 "하지만 지금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는 적어도 테슬라의 전기차만큼 좋다고 간주될 뿐 아니라 가격은 더 저렴하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