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시스템 공천' vs 비명 '불공정 공천'…계파 갈등도 고조
친명 원외, 비명 현역에 속속 도전장…'자객 출마' 논란 재점화
총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현역 의원 지역구에 도전하는 친명(친이재명)계 원외 인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친명 원외'와 '비명 현역' 간 뚜렷한 대립 구도 속에 친명 인사들의 '자객 출마' 논란도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친명계 정봉주 전 의원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월 총선에서 서울 강북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인 정 전 의원이 도전하는 곳은 비명계 박용진(재선) 의원의 지역구다.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전날 경기 안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어 경기 안산상록갑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산상록갑은 비명계인 전해철 의원이 19대부터 내리 3선을 한 곳이다.

양 전 위원은 지난해 전 의원을 향해 '수박'이라는 비난 발언을 했다가 '당직 자격 정지 3개월' 징계를 받기도 했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민주당 강성 당원들이 비명계 의원들에게 사용하는 멸칭이다.

친명계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은 비명계인 강병원 의원 지역구(서울 은평을)에 도전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은평구에서 출판 기념회를 열고 출마를 공식화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 초 강원도가 아닌 서울에 출마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김 위원장에게 '주의' 조처를 내렸으나 김 위원장은 은평을 출마 의지를 접지 않았다.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경기 동탄을)·윤영찬(경기 성남중원) 의원 지역구에는 친명계 인사인 진석범 동탄복지포럼 대표와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하고 표밭갈이에 나섰다.

친명계 인사들의 '비명 지역구' 출마 선언이 잇따르자 비명계에선 '자객 공천'을 통한 '비명 솎아내기'가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표 시절 당 통합을 위해 대표직을 버리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모셔 친문계 핵심이었던 이해찬 의원, 정청래 의원 등의 공천이 배제됐다"고 말했다.

이는 이재명 대표의 사퇴 후 통합 비상대책위원회의 '통합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반면, 당 지도부를 비롯한 친명계는 '자객 공천'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시스템 공천' 체계가 갖춰져 있는 만큼 불공정한 공천은 없다는 게 당 지도부의 입장이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나와 "총선에서는 원래 현역과 원외 도전자가 경쟁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야권의 (대선 주자) 지지율 선두는 이재명 대표이기 때문에 이 대표와의 인연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