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헬기 타고 나는 왜 안 되냐'고"…의사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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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참 안 좋은 선례 남겨" 비판 봇물

여한솔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 과장은 5일 페이스북에 "제가 일하고 있는 속초의료원에서 목 주변을 칼에 찔린 자상 환자가 오게 되면 의전 서열과 무관하게 애초에 환자를 접수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빨리 수술적 처치가 가능한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는 게 맞다. 사실관계만 말씀드리면 이 대표는 우리나라 외상 분야 최고 병원 중 하나인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내원했다. 한편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집도한 교수와 의료진을 감히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썼다.
다만 여 과장은 "언급할 일들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조바심으로 이렇게 글을 작성한다"고 지방 의료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처치가 불가능한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할 경우 일부 환자들은 비용이 드는 사설 구급차 탑승을 거부하면서 "119차량은 돈 안 드니 불러달라", "119차량이 안 되면 헬기 불러달라" 등의 요청을 한다고 한다. 여 과장은 "우리나라의 응급의료 체계가 무너지는 것을 절대 보고 싶지 않은 저는 지방에서 일하는 일개 의사일 뿐"이라고 글을 맺었다.

벌써 의료계 현장에서는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의사 직업을 인증한 A씨는 지난 4일 '서울로 이재명처럼 전원 간다고 구급차 불러달라는 환자 설득하느라 힘들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급성 담낭염으로 수술하는 환자가 서울 병원으로 가길 원해 전원 의뢰서는 써줬는데, 119구급차 불러달라해서 안 된다고 설득하느라 진이 빠진다"며 "왜 구급차 타고 못 가냐고 우기는데, 이재명이 참 안 좋은 선례를 남겨 한동안 진료실에서 서울 쪽 전원 119구급차로 보내달라는 사람들 설득할 생각 하니 한숨만 나온다. 우리 병원에서 수술 가능한데, 지방이라고 안 한다는 환자 설득하기도 목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각한 응급상황이 아니었음에도 119 헬기를 전용했다는 것은 그 시간대에 헬기 이송이 꼭 필요한 환자들의 사용 기회를 강탈한 것"이라며 "과연 대한민국 그 누가, 자신이 원한다고 하여 지역에서 119 헬기를 타고 자신들이 원하는 상급 종합병원으로 갈 수 있단 말인가. 숨겨두었던 선민의식이 베어져 나온 국민 기만행위이며,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