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롤모델은 회사가 세워진 14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국 아마존이다.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대규모 투자를 하고 점유율 높이기에 집중하는 ‘계획된 적자’ 전략과 무료 배송 등 압도적인 서비스를 통한 충성도 높은 유료 회원 확보 등은 앞서 아마존이 미국 e커머스 시장을 장악한 비결이었다. ‘아마존의 현재’가 쿠팡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근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아마존의 미국 e커머스 시장점유율은 2022년 50%를 넘었다. 쿠팡은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30%’ 고지를 아직 밟지 못했다. 2022년 시장점유율은 24.5%(온라인 소매판매액 기준)였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점유율 30%를 넘어 독보적 지위를 확보하면 아마존처럼 수수료율을 대폭 올리는 식으로 셀러(판매자)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쿠팡과 같이 아마존에 올라오는 상품은 아마존 직매입 상품과 일반 셀러가 판매하는 상품으로 나뉜다. 아마존 전체 상품 매출에서 일반 셀러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셀러들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이용해 판로를 확대하는 이점을 누릴 수 있고, 아마존은 수수료와 광고비 물류 서비스 이용료를 챙길 수 있다.

문제는 셀러들의 수수료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물건을 한 개 팔 때마다 아마존이 챙기는 수수료가 물건값의 50%를 넘어서면서 갑질 논란까지 불거졌다. 아마존이 시장점유율 30%를 넘긴 이듬해인 2016년 수수료율은 35.1%였다. 국내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이 비용 상승분을 수수료 인상으로 고스란히 셀러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아마존에 사실상 종속된 입점 업체들은 의존도를 낮추고 싶어도 다른 판로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작년 10월부터는 입점 업체가 아마존 배송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구매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경우에도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아마존이 입점 업체에 물류 서비스 이용을 압박하기 위해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셀러 판매 비중이 절반이 넘는 아마존과 달리 쿠팡은 오픈마켓(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비중이 10%가 채 안 되기 때문에 아마존 행태를 그대로 따르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 매출 비중이 대폭 높아져야 수익성도 강화할 수 있고, 셀러와의 협상력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