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성 '조국통일국', 1990년대 중반까지 통일정책 주도
북한 외무성, 통일전선부 흡수하고 대남정책 주도하나
북한이 대남기구의 폐지 및 정리작업에 들어가면서 통일전선부 등이 외무성으로 흡수될지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대적기구 폐지 및 정리를 위한 협의회가 열렸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노동당 제8기 9차 전원회의에서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사업 부문의 기구들을 정리, 개편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며 근본적으로 투쟁 원칙과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협의회에는 최선희 외무상과 리선권 당 통전부장이 참석했는데 북한 매체는 최 외무상과 달리 리선권 부장의 공식직함은 언급하지 않은 채 '대남관계부문 일꾼'으로 소개했다.

통전부의 폐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최 외무상 주도로 협의회가 열렸다는 점에서 대남기구가 외무성으로 통폐합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사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외무성 내에 하나의 부서로 '조국통일국'이 존재했고 대남정책을 사실상 주도했다.

외교관 출신인 한 탈북민은 "1990년대 고위급회담 때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의 전반적인 대남협상 방향 등은 외무성 주도로 만들어졌고 당시 통일전선부는 대남공작 중심으로 운영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로 통전부가 없어질지 아니면 과거처럼 공작업무 정도만 하는 조직으로 잔존할지는 알 수 없다"며 "분명한 것은 앞으로 대남정책과 관련된 업무를 '국가 대 국가' 차원에서 외무성이 전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무성이 대남업무를 주도하면 앞으로 북한은 남북관계를 국가간 관계의 하나로 보고 처리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작년 7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계획에 대해 불허 방침을 밝힌 북한의 주체는 외무성이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앞으로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며 북한의 대남정책은 전반적인 외교정책의 한 부분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북한에서 대남협상 업무를 전담해온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사실상 자취를 감춘 상황에서 통전부까지 정리되면 남북대화나 남북간 교류협력을 담당하면서 분단 상황을 관리할 북한 내 조직이 완전히 사라지는 셈이다.

북한의 대표적인 대남기구인 조평통은 2021년 제8차 당대회 이후 공식활동이 없으며 김여정 부부장은 같은 해 3월 발표한 담화에서 "현 정세에서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대남 대화기구인 조평통을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통전부는 1990년대 남북 고위급회담을 거치며 대남정책과 회담을 총괄하는 조직이 되었고 김용순, 림동옥, 김양건, 김영철 등 과거 통전부장은 남쪽을 찾아 꼬인 남북관계를 푸는 역할을 해왔다.

여기에다 북한은 2009년 대남공작을 주 임무로 하는 노동당 산하의 작전부, 35호실, 대외연락부 등을 군의 지휘를 받는 정찰총국으로 통폐합해 공작업무를 일원화한 상황이어서 통전부가 통일전선 구축 차원의 대남공작업무만 하는 조직으로 살아남기도 어려워 보인다.

한 전문가는 "그동안 남북한 양쪽 모두 남북관계는 특수관계라는 공감대 속에서 정책을 펼쳤다"며 "북한이 이런 전제를 부정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관계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