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맞아 현충원 찾은 한동훈·이재명 /사진=뉴스1
신년 맞아 현충원 찾은 한동훈·이재명 /사진=뉴스1
올해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시선이 대전에 쏠리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첫 지방 일정으로 대전을 점 찍은 데 따른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주요 선거에서는 충청 지역 정당이 약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전의 승자가 전국 선거에서 승리할 정도로 ‘전통의 캐스팅보트 지역’으로 통한다. 지난 총선에서 7개 지역구를 독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내홍에 시달리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강력하게 도전하고 있다.

대전의 선거전략적 의미

"이곳 이기면 100% 승리"…'선거 족집게' 대전 구애작전 돌입한 여야
대전은 광주와 함께 국민의힘이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한 광역시다. 광주만큼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지 않지만, 한번 바람이 불면 모든 지역구가 민주당에 넘어갈 정도로 전국 선거 동향에 민감한 표심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수도권과 함께 총선 결과를 좌우하는 충청권 선거 전반에 대전이 강한 파급력을 미친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대전 7개 지역구 독식을 바탕으로 충청권(대전·충남·충북·세종) 전체 28개 지역구 중 20개를 휩쓸었다. 2010년대 들어선 민주당이 유성구와 서구를 중심으로 강력한 우위를 구축하고 있다. 박병석(서구갑·6선) 이상민(유성을·5선) 등 다선 의원을 배출하면서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2010년대 들어 대전에서 3선 이상 중진을 배출한 적이 없다. 다만 2004년 16대 총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대전은요” 발언에 한나라당이 압승했을 정도로 ‘숨은 보수층’이 만만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野, 다선 이탈·서구 이반 ‘이중고’

하지만 민주당은 무거운 마음으로 이번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대전 내 최대 격차인 18.85%포인트 차로 당선된 이상민 의원은 이재명 대표 체제에 반발하며 탈당했고, 국민의힘 입당이 점쳐지고 있다. 12.79%포인트 차 대승을 거둔 박병석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 등에서 연패를 거듭한 가운데 최다선 두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입장이다.

지역 내 민심 이반도 변수로 부상했다. 야권은 전통적으로 대전 내 신도심인 유성구와 서구에서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서구에 있는 둔산 신도시의 집값이 급등하자 민주당은 21대 총선 이후 서구 내 주요 선거에서 전패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현역 의원에 대한 컷오프와 대규모 전략 공천 등 ‘극약처방’이 언급되고 있다. 야권 한 관계자는 “지역 내 지지율이 높고, 당내 입지도 확실한 조승래 의원을 제외하면 누구도 자리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법무부 장관직 수행 이후 평판이 나빠진 박범계 의원(서구을), 친이재명계 박정현 최고위원(전 대덕구청장)과 맞붙은 박영순 의원(대덕구) 등이 컷오프될 것이란 소문이 돈다”고 전했다.

與 공천 혁신으로 ‘어게인 2022’

국민의힘은 한 위원장의 이번 대전 방문을 통해 바람을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흐름도 나쁘지 않다. 2022년 대선에서 7개 지역구 중 6개에서 승리했으며, 뒤이어 치러진 지방선거에선 24명의 시의원 중 20명을 당선시켰다.

다만 지지 정당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에 크게 뒤지고 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대전대 재학생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서 등하교할 정도로 수도권 민심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불거진 홍범도 장군 논란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홍 장군은 2021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열세를 ‘한동훈 바람’과 참신한 인물을 통해 반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우선 대전 출신인 윤창현 의원이 동구 일대에서 지지세를 규합하고 있다. 이택구 전 대전시 행정부시장도 서구을에서 박범계 의원에게 도전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경제통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공천에서 얼마나 변화의 의지를 보여주느냐가 지역 표심을 잡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범진/노경목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