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부실기업에 자기책임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되 질서 있는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1일 신년사를 통해 “장기간 누적된 고금리의 영향으로 잠재된 부실 위험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을 갚지 못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신호탄으로 건설업계 전반에 위기가 확산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지 않고 순차적으로 정리될 수 있도록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 원장은 “금융시장 리스크의 전이·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개편하고 시스템 리스크 예방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원장은 동시에 “금융회사의 손실흡수능력을 높여 위기 대응 능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경기 회복이 늦어져 PF로 인한 어려움이 금융시장으로 옮겨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금융회사가 PF 사업장별로 엄정한 사업성 평가를 하고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 원장은 “금융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금융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겠다”며 “금융시장 안정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롭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