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인노무사회가 사상 초유의 회장 ‘재선거’ 사태에 직면했다. 신임 회장 당선자가 허위로 경력을 기재하고 선거 등록 추천서를 대리 서명한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노무사회는 지난 28~29일 긴급 임시총회를 열어 지난 11월 치러진 노무사회 제20대 회장단 임원 선거를 무효화하고 재선거를 하기로 결의했다. 11월 22일부터 사흘간 치러진 임원 선거에서는 박기현 노무사가 선거인단 4007명 중 3071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1146표(37.32%)를 얻어 당선됐다. 박 노무사는 1일부터 신임 회장을 맡아 2년 임기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노무사회 선거가 무효가 된 것은 1986년 노무사회 설립 이후 처음이다. 노무사는 노동관계법과 노무관리 분야의 전문 자격사다.

노무사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박 노무사는 출마 당시 직함을 A노무법인 소속 대표노무사로 기재했지만, A법인 등기부 조회 결과 대표자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박 노무사가 이 노무법인의 대표였던 것은 맞지만 2015년 지분을 양도하고 퇴사했다는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박 노무사가 선거 당시 소속을 A노무법인 대표로 기재한 것은 ‘허위 경력’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박 노무사는 서류상 지분을 양도했지만 여전히 ‘지분 조정권’을 가져 영향력이 있는 데다 그간 A노무법인 명의로 활동해 왔다고 해명했다.

노무사회 회장단 선거 출마를 위해 필요한 추천서 20장을 채우지 못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추천인 중 1명이 추천서에 본인이 직접 서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노무사 측은 전화 통화로 추천인의 동의를 얻은 다음 박 노무사 측이 서명만 대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무사회가 박 노무사와 관련해 총회에 올린 ‘자격상실·선거무효’ 안건은 선거인 4093명 중 2158명이 투표해 찬성 1287표(59.46%)로 가결됐다. ‘재선거 실시’건도 투표 참석자 1733명 중 찬성 1411표(81.42%)로 가결돼 재선거가 확정됐다. 노무사회 관계자는 “선거 관련 회규 개정, 선거실시 절차 등을 고려해 재선거 일정을 곧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노무사는 “선거 자체가 무효가 될 정도의 하자로 볼 수 없다”며 “노무사회의 총회 소집 과정도 위법 소지가 있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