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보조금 수령액 상위 100개사의 영업실적이 보조금을 받기 전보다 대폭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보조금이 ‘나눠 먹기식’으로 흐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중소벤처기업부가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한국경제신문이 분석한 결과, 2018년 중기부 보조금 수령액 상위 100개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2018년 -141억원에서 2019년 -729억원, 2020년 -1090억원, 2021년 -2688억원으로 적자가 커졌고 2022년에도 -1291억원에 달했다. 2021년은 코로나19 여파가 컸다는 점을 감안해도 2018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 만에 영업적자가 9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들 100개사가 2018년 받은 보조금은 총 5327억원이었다. 기업당 53억원꼴이다. 그런데 기업당 영업이익은 2018년 -1억4000만원에서 지난해 -12억9000만원으로 악화됐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2018~2022년 전체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이 평균 3.5% 수준인 것과 대조적이다. 중기 보조금이 경쟁력 떨어지는 기업에 집중 지원되지만 효과가 미미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기부의 중소기업 지원사업은 2018년 102개에서 작년 217개로 늘었고, 지원 규모는 이 기간 7조9574억원에서 9조9486억원으로 증가했다. 중소기업 중 한계기업은 2801개에서 3264개로 늘었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못 갚는 기업이다. 중소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은 14.9%에서 16.3%로 늘었다. 장우현 조세재정연구원 재정정책연구실장은 “정부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들이 보조금에 안주하면서 혁신 유인이 떨어지는 현상이 뚜렷하다”며 “중기 지원 체계를 성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한신/강경주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