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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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원로 정치학자인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사진)를 임명했다. 외부 인사를 공관위원장으로 영입해 불공정 공천 우려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비명(비이재명)계에서는 임 교수가 지난해 대선 경선 때 이재명 대표 정책자문그룹에 이름을 올렸다며 “친명(친이재명) 공관위원장”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29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임 교수를 공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 관리 업무를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변화를 주도하는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이 될 수 있도록 공정하게 관리해줄 것”이라고 했다. 최고위에서 임 교수 임명에 대한 이견은 없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임 교수는 오랜 기간 민주주의를 연구해 온 진보 성향의 원로 정치학자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치개혁연구실장을 지냈다. 지난 14일에는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이 주축인 민주주의4.0연구원 주최 토론회에서 ‘퇴행하는 한국 민주주의’를 주제로 발표하기도 했다.

비교적 계파색이 옅지만 지난 대선 경선 때 이 대표의 정책자문그룹인 ‘세상을 바꾸는 정책(세바정) 2022’ 자문단에 참여했다. 이 때문에 비명계에선 “공관위원장마저 ‘이재명 사람’으로 앉혔다”는 불만이 나왔다. 한 비명계 의원은 “예상했던 대로”라며 “친명 공관위원장,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현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외부 학자 출신 공관위원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외부 인사가 고집을 가지고 국민 눈높이에서 공천을 관리할 수 있지만, 정반대로 실질적 권한 없이 당 지도부에 휘둘릴 수도 있다”고 했다. 반면 한 중진 의원은 “민주주의가 위기라는 사명감에 공관위원장직을 수락했을 텐데 지도부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외부 인사를 공천위원장으로 영입해 총선을 치르는 건 지난 19대 총선 때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이후 12년 만이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