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외부 제거 시도 고려해 조직 설계, 지하시설 대부분 온전"
가자주민 지지도 오히려 상승…전문가 "'억제'가 현실적 최선"
하마스 완전 궤멸 정말 가능한가…이스라엘 내에서도 회의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궤멸을 내세워 소탕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스라엘 내에서조차 비현실적 목표라는 회의론이 힘을 얻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즈(NYT)가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스라엘은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뒤 하마스를 섬멸하겠다고 호언하고 있으나 이스라엘 안팎의 전문가들은 그 목표가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하다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특히 전문가들은 하마스의 구조적 특징이 이스라엘의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한다고 봤다.

하마스가 1987년 창립 이래 외부의 제거 시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을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하마스의 무장 조직인 알 카삼 여단은 조직 일부가 이스라엘 공격에 타격을 받더라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들의 주요 5개 여단은 가자지구 북부와 가자 시티, 중부, 남부 도시인 칸 유니스와 라파에 분산돼 있다.

또한 여단은 다시 대대로 나뉘어 있고, 이보다 더 작은 각각의 부대가 개별 지역을 방어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언론인이자 하마스와 관련한 책을 쓴 아잠 타미미는 "최고 지도부가 살해되거나 체포되거나 추방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명령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기오라 에일란드 이스라엘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하마스가 지휘관이 전사하더라도, 또 다른 유능하고 헌신적인 지휘관으로 신속하게 교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하마스가 15년에 걸쳐 가자지구 일대에 조성한 터널도 이스라엘의 제거 작전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이스라엘군은 적어도 통로 1천500곳을 철거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하마스의 지하 시설이 대부분 온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마스 완전 궤멸 정말 가능한가…이스라엘 내에서도 회의론
현재 터널 깊은 곳에 하마스 최고위 지도부와 대원들이 인질들과 숨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마스에 관한 책을 쓴 작가 타레크 바코니는 "하마스가 실제 공격을 꽤 잘 견디고 있으며, 아직 공격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하마스에 대한 가자 주민의 지지도는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다.

팔레스타인 정책·조사 연구센터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대부분 응답자가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을 지지했으며, 개전 이후 하마스에 대한 지지율은 38%에서 42%로 상승했다.

2만 여명의 가자지구 민간인 사망자를 낸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으로 새로운 팔레스타인 세대가 더욱 급진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할 수 있는 최대치는 하마스 '억제'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해체한다고 해도 이들이 서안지구와 레바논, 튀르키예 등 다른 지역의 지부를 통해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동 지역 전문가인 엘리엇 채프먼은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려면 가가호호를 뒤지고 거리 곳곳을 돌며 전투해야만 하지만 이스라엘에는 시간과 병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중동 대테러 작전에서 고위직을 맡았던 마크 폴리메로풀로스는 "올바른 방법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위협이 되지 않을 정도로 (하마스) 조직을 약화하는 것"이라며 "모든 사람을 죽이는 전략만 가질 수는 없으며, 그 다음을 위한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