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사 부동산PF 우발채무 23조원…연쇄 위기 우려 부동산 호황기 때 규모가 커진 부동산 PF는 분양시장 침체로 부실화되는 모습이다.
부동산 PF 규모는 2020년 말 92조5천억원이었으나 2021년 말 112조9천억원, 올해 9월 말 134조3천억원으로 늘어났다.
동시에 2020년 말 0.55% 수준이었던 연체율은 9월 말 기준 2.42%로 올라갔다.
건설업체의 경우 8월말 기준 PF 우발채무는 22조8천억원이다.
한국기업평가가 유효등급을 보유한 21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9월 집계한 결과다.
문제는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간 부동산 시장이 내년에도 하락세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시장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부동산 PF 우발채무로 다른 건설사들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좌초할 수 있다.
실제 태영건설 외에 코오롱글로벌, 신세계건설 등도 PF우발채무로 인한 위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지난 9월 발표한 'D(디폴트)의 공포 - 건설업은 정말 생사의 기로에 있을까' 보고서에서 코오롱글로벌에 대해 "(8월 말 기준) 미착공 PF 우발채무 규모가 6천121억원에 이르고 보유 현금성 자산은 2천377억원에 불과해 PF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자체 현금을 통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은 467.9%로 태영건설과 더불어 부채비율이 400%를 웃돈다.
앞서 브랜드 '이안'으로 알려진 대우산업개발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건설, 대창기업, 신일 등은 이미 올해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다만 이들 업체는 모두 시공평가 70위권 밖의 중소 건설사였다는 점에서 향후 위기는 규모 면에서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이라고 하면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이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최근 몇년새 갑자기 유동성 위기 얘기가 나돌기 시작했다"며 "태영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정도라면 사정이 비슷한 다른 건설사들도 (워크아웃)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자금조달 시장 불안 가능성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단기 자금조달 시장은 더욱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금융권 분석이다.
금융권이 건설사에 대해 유동성 공급을 줄이거나 신용 보강을 요구할 수 있어서다.
삼성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단기 자금조달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그간 중소 건설사 중심으로 리스크가 제기됐지만 시공능력순위 30위권 내 대형 혹은 중견 건설사로 신용등급 하향이 이뤄지며 PF 리스크가 건설사로 전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사업 진행이 지연되고 PF에 금융비용이 누적되며 건설사들의 PF 보증액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고금리 타격으로 쉽지 않았던 2023년이지만 2023년에도 PF 시장 어려움이 장기화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태영건설발 PF 위기는 다른 건설사로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한기평은 지난 24일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GS건설의 신용등급도 'A+(부정적)'에서 'A(긍정적)'로 낮췄다.
시공평가 22위인 동부건설의 신용등급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건설 경기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어서 이같은 PF발 위기가 분양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시장 위축은 건설사의 수주를 받아 일하는 하도급 업체의 경영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건설업계 일자리 축소 등으로 이어지며 실물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