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멈출 수 없는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
‘다극성 장애’ ‘제2차 냉전’ ‘반도체 전쟁’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

한국경제신문이 매년 번역·출간하는 이코노미스트 ‘세계대전망’의 2024년 편은 그 어느 해보다 심란한 키워드로 가득하다. ‘비만 치료의 시대가 열린다’는 게 그나마 희망적일까. 목차와 소제목만 둘러봐도 예측 불가의 엄혹한 글로벌 정세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너무 잦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국내 정치가 골치 아프니 자꾸 해외로 나간다”고 한다. 해외에 가면 화려한 의전을 받으며 상대국 정상과 덕담이나 주고받을 것이란 냉소적 인식이 깔려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늘 듣던 말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누구보다 더 억울할 것 같다. 국내 정치도 암울하지만 국제 정치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다단해졌다. 무엇보다 승패의 결과가 훨씬 더 엄중하다. 총선을 이기고 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엄혹한 국제정세 원팀으로 극복

윤 대통령은 작년 5월 취임 후 총 16번 해외에 나갔다. 한·미·일 정상회의, G7·G20 정상회의, 유엔총회 등 다자 무대를 포함해서다. 돌이켜보면 버릴 순방이 하나도 없다. 북한의 핵 위협이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일과 함께 핵 억제력을 강화하는 건 생존의 문제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찾아가 우리가 그들과 함께한다는 점을 확인한 건 한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자유세계가 우리와 함께해야 한다는 일종의 압박이자 요청이다.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 전략은 ‘럭셔리’가 아니다.

정부와 기업이 호흡을 맞추는 ‘원팀 코리아’의 목표는 엑스포 유치가 끝이 아니다. 미국을 포함해 자유무역을 외치던 선진국들이 어느새 국경에 높은 장벽을 쌓고 있다. 두 개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고, 지구촌 곳곳이 화약고다. 기존 공급망이 붕괴하면서 전 세계 국가와 기업은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느라 혈안이 돼 있다.

자유롭게 재화와 용역을 사고팔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는 기업이 잘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각국 정상과 리더들에게 우리 기업인을 소개하고 자랑하는 건 기업에 ‘천군만마’보다 든든한 자산이다. 경제사절단에 포함됐다는 것 자체가 정부의 보증이라고 상대방은 받아들인다. 경제사절단 모집에 수백 개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경쟁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다.

국민들이 대통령 등 떠밀어야

삼성, SK, 한화 같은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대통령 순방이라는 계기가 아니면 풀 수 없는 현지 규제를 풀고 애로를 해결할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첨단 기술을 함께 개발할 파트너를 찾는 일도 마찬가지다.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현지 식당에서 마주 앉아 풀어야 할 과제를 공유하고 전략을 짜는 건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흔히들 잊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작은 나라다. 인구는 더 줄어들고 있다. 해외 시장을 잃으면 미래가 없다. 그래서 윤 대통령은 내년에도, 후년에도 더 자주 해외에 나가야 한다. 아니 국민들이 대통령의 등을 떠밀어야 한다. 더 다양한 기업과 함께 더 많은 나라를 방문해 국민이 뛸 운동장을 넓히라고 응원하고 독려해야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