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자 1명 연기 흡입 부상…"아파트 화재, 남의 일 아냐"

"크리스마스에도 아파트 화재로 사망자가 나왔잖아요.

이번에도 불이 커질까 걱정돼 급하게 밖으로 나왔어요.

"
"도봉구에 이어 또"…가슴 쓸어내린 수원 화재 아파트 주민들
지난 25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친 가운데 27일 수원시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아파트 화재가 발생해 주민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는 주민 수십 명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까맣게 그을린 화재 현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에 일렬로 길게 늘어선 소방 펌프차들 옆에 모여있던 이들은 매캐한 냄새에 코를 손으로 막으면서도 자리를 지키며 화재 현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앞서 오후 1시께 이곳 20층짜리 아파트 16층에서 불이 나 거주자 A씨가 연기를 들이마시는 등 다쳤다.

소방 당국은 화재 17분 만에 큰 불길을 잡았고 추가적인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30여 명의 주민이 긴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A씨는 "오전 10시께 에어프라이어를 작동시켜 놓고 잠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날 불이 난 16층부터 꼭대기 층인 20층 집까지 5개 세대는 모두 불길과 연기 때문에 새카맣게 그을려 있었고, 불이 모두 꺼진 뒤에도 한동안 뿌연 연기가 새어 나왔다.

일부 세대는 발코니 유리창이 모두 깨지고 난간은 뼈대만 남아 있어 위급했던 당시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화재가 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얼마 전 발생한 도봉구 아파트 화재가 떠올라 급히 집 밖으로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몇몇은 집 밖으로 급하게 나온 듯 트레이닝 복이나 잠옷 위에 점퍼를 껴입은 차림이었다.

이날 불이 완전히 꺼진 뒤에도 아파트 단지 안에서는 주민들이 여럿이 모여 "며칠 전 도봉구 아파트에서 불 난 게 생각나서 놀랐다", "그때처럼 다치는 사람 있을까 걱정했다"고 얘기하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불이 난 아파트 옆 동에 사는 한 70대 주민은 "서울에서 불이 나 사람이 죽고 다쳤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터라 더 놀랐다"며 "뉴스를 보자마자 급하게 나왔는데 큰 피해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인근에 사는 10대 고등학생도 "집 바로 근처에서 이렇게 불이 나는 걸 보니 아파트 화재가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다들 화재 예방책과 대피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앞서 지난 25일 오전 4시 57분께 방학동 23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나 30대 남성 2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상자 중 3명은 중상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