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타팔레스에 10라운드 KO승…26전 전승 행진
이노우에, 파키아오도 못한 복싱 두 체급 4대 기구 평정
10라운드에 접어들어서도 이노우에 나오야(30·일본)의 얼굴은 마치 조금 전 일어난 잠자리에서 일어난 사람처럼 깨끗했다.

이미 다리가 풀린 상대 말론 타팔레스(31·필리핀)의 얼굴에 강력한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꽂아 넣어 타팔레스의 무릎을 링에 붙였다.

타팔레스는 심판의 카운트다운에도 일어나지 못했고, 이노우에는 담담한 표정으로 승리를 자축했다.

밴텀급(53.52㎏)에 이어 슈퍼밴텀급(55.34㎏) 복싱 4대 기구(WBC·WBA·WBO·IBF) 통합 챔피언이 탄생한 순간이다.

이노우에는 26일 밤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타팔레스와 경기에서 10라운드 1분 2초 만에 KO승을 거뒀다.

WBC와 WBO 세계 챔피언이었던 이노우에와 WBA·IBF 챔피언인 타팔레스의 맞대결은 승자가 슈퍼밴텀급 4대 기구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는 '승자 독식' 경기였다.

이노우에, 파키아오도 못한 복싱 두 체급 4대 기구 평정
올 초 밴텀급 복싱 4대 기구 타이틀을 모두 반납하고 체급을 올려 슈퍼밴텀급 평정에 나섰던 이노우에는 프로복싱 무대에 뛰어든 지 5년 7개월 만에 두 체급 4대 기구를 평정했다.

복싱 4대 기구 통합 챔피언을 의미하는 '언디스퓨티드 챔피언'을 두 체급에서 차지한 건 라이트웰터급과 웰터급의 테렌스 크로퍼드(36·미국) 이후 처음이며,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 사례다.

8체급 세계 챔피언을 지낸 아시아 최고의 복싱 스타 매니 파키아오(45·필리핀)도 언디스퓨티드 챔피언은 이루지 못했다.

이노우에는 곱상한 외모에서 상상하기 힘든 파괴력으로 붙은 '괴물'(Monster)이라는 별명답게 프로 통산 26승(무패) 가운데 23승을 KO로 장식했다.

이번 경기에서도 자신만의 장기인 보디 블로로 착실하게 피해를 누적시킨 다음 강력한 스트레이트로 KO를 빼앗아냈다.

이노우에는 경기 후 챔피언 벨트 4개를 온몸에 칭칭 감고서는 "이렇게 하고 링을 보니 감동이다.

또 뜨거운 경기를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노우에, 파키아오도 못한 복싱 두 체급 4대 기구 평정
타팔레스도 "이노우에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따라잡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이노우에와 붙을 선수들에게 행운을 빈다"고 완패를 인정했다.

이번 경기로 이노우에는 체급에 무관한 격투기 선수의 절대적 기량을 측정하는 기준인 '파운드 포 파운드'(Pound for Pound, PFP) 1위 탈환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최고 권위의 복싱 잡지 '링 매거진'이 집계하는 PFP 순위에서 이노우에는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잠시 1위에 올랐다가 헤비급 챔프 올렉산드르 우식(36·우크라이나)에게 타이틀을 내줬다.

현재 1위는 이노우에에 앞서서 두 체급 4대 기구 챔피언을 달성한 크로퍼드다.

ESPN은 "싸울 때마다 이노우에의 위대함을 짧게 표현하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

역사를 바꾸는 선수"라며 "이노우에를 PFP 1위로 올리는 걸 논의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전설을 작성하고 있는 이노우에의 다음 상대는 루이스 네리(29·멕시코)가 유력하고 샘 굿맨(25·호주)도 후보로 거론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