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미국 소아과 의사" 남친에 속아 4년간 12억 뜯겨
2016년 스마트폰 소개팅 앱에서 A(51)씨와 B씨는 처음 만났다.

A씨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소아과 의사를 한다"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모두 거짓말이었다.

별다른 직업 없이 주식이나, 해외 선물 투자를 하며 생활하던 A씨는 금융기관에 갚아야 할 채무가 쌓여가자 그를 믿고 만난 B씨에게 돈을 빌리기로 마음먹었다.

A씨가 B씨에게 돈을 빌려달란 말을 꺼낸 건 서로에 대한 믿음이 쌓이기 시작할 무렵인 2018년부터였다.

처음에는 "미국에 있는 집 대출금 이자를 갚아야 한다"며 B씨에게 300만원을 빌려 갔다.

이후에는 병원을 개원하려는 척하며 인테리어비용, 의료기기 임대료, 병원 직원 인건비 등을 명목으로 수백만 원씩 손을 벌리더니 한 번에 빌리는 액수가 1천만원을 넘기도 했다.

병원 개원 관련 채무로 압류를 해제해야 한다거나 소송 비용 등을 명목으로 2~3일에 한 번씩 돈을 빌리기도 했다.

그가 의사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B씨는 적게는 3만원에서 많게는 3천만원까지 A씨에게 송금했다.

B씨를 상대로 한 A씨의 사기 범행은 이렇게 꼬박 4년간이나 이어졌는데, 그동안 336차례 빌려 간 돈이 무려 12억5천만원에 달했다.

수사 결과 A씨는 빌린 돈으로 주식이나 해외선물 투자를 하거나 의사 행세를 하며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죄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B씨에게 피해액 변제를 거의 해주지 못했다.

광주지법 형사12부(김상규 부장판사)는 27일 "피해자의 금전 피해가 심각한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에 대한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나 미국 소아과 의사" 남친에 속아 4년간 12억 뜯겨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