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버메트릭스 기반한 실무 전문성…발로 뛰는 현장 중심 마인드도
박찬훈 국제업무팀장 "KBO형 선수 찾아야…중요한 것은 현지화"
"페디 영입? 선조치 후보고였죠"…'외국인 영입 맛집' NC의 비결
"윗분 재가도 안 받고 최고액(100만달러)을 던졌죠. 안 그러면 놓칠 것 같았어요.

"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박찬훈(44) 국제업무팀장은 지난해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30) 영입 과정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지 네트워크를 가동해 페디의 이적 동향을 가장 먼저 파악한 뒤 과감하게 '선조치 후보고'를 했다.

박 팀장은 "고민도, 협상도 없었다.

'내가 책임진다'는 생각이었다"면서 "다행히 나중에 임선남 단장님께 '후보고'를 드리니 잘했다고 칭찬하시더라"고 떠올렸다.

그렇게 공룡 유니폼을 입은 페디는 올해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 209탈삼진을 기록하며 역대 4번째로 투수 3관왕(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에 올랐고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20승·200탈삼진을 동시 달성했다.

NC가 올해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한 데에는 박 팀장이 이끄는 국제업무팀의 기여도가 컸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그 전부터 NC는 외국인 선수를 잘 영입하는 구단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에릭 테임즈는 한국 프로야구 최초 40홈런-40도루를 달성하며 2014∼2016년 3시즌 동안 타율 0.349, 124홈런, 382타점을 터뜨리는 등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꼽힌다.

2013∼2017년 5시즌 간 꾸준하게 활약했던 에릭 해커, 2019∼2022년 53승 36패 평균자책점 3.06을 거둔 드루 루친스키 등도 빼놓을 수 없다.

"페디 영입? 선조치 후보고였죠"…'외국인 영입 맛집' NC의 비결
창단 멤버인 박 팀장은 비결로 '전문성'과 '융합'을 언급했다.

먼저 전문성은 일찌감치 세이버메트릭스를 도입한 NC의 '데이터 야구'에 기반한다.

프런트를 이끄는 임선남 단장도 야구와 무관한 대기업 출신으로, 각종 통계자료와 데이터를 야구에 접목해 혁신을 가져온 세이버메트릭스 전문가다.

NC는 최근 데이터팀에 속해있던 해외 스카우트 분야를 '국제업무팀'으로 따로 독립시키기도 했다.

박 팀장은 "내부적으로 추구했던 바가 실무자들의 전문화였다"면서 "운영팀이나 스카우트팀에 속하면 저희 분야가 아닌 곳에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 이제는 오롯이 해외 스카우트 쪽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013년 KBO리그에 합류한 '제9구단' NC가 외국인 선수 영입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갈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이같이 탄탄한 실무 전문성 덕분이다.

"부담스러운 칭찬"이라고 손을 내저은 박 팀장은 NC의 외국인 선수 선발 기준을 귀띔했다.

박 팀장은 "소위 말하는 '크보형' 선수를 찾아내야 한다"면서 "데이터를 봤을 때 시속 140㎞대 후반을 던지는 투수는 미국 야구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좋은 선수로 나오지 않는다.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우리나라에 현지화했을 때 먹힐 것인가다"라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데이터를 살펴봐야 하는지는 당연히 '영업 비밀'이다.

"페디 영입? 선조치 후보고였죠"…'외국인 영입 맛집' NC의 비결
또 다른 축은 바로 '융합'이다.

5명으로 구성된 국제업무팀에는 야구인 출신이 한 명도 없다.

하지만 숫자뿐 아니라 사람을 중시하는 '현장'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박 팀장이 1년에 짧게는 3개월, 길게는 7개월까지 해외를 돌아다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 팀장은 "데이터 분석에만 치중된 스카우트는 지양하려 한다.

현장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제가 비선수 출신이기 때문에 선수 출신이 보는 눈을 배우려고 했다.

'무조건 이게 참신해'라고 고집하기보단 기존의 것과 최대한 융합하려고 노력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말한 '크보형 투수'를 찾을 때도 마찬가지다.

박 팀장은 "선수들이 야구장에서 본인도 모르게 동료들에게 하는 제스처를 체크한다"고 말했다.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에서 느껴지는 선수들의 워크 에식(work ethic·성실함), 팀워크 정신 등을 두루 검증한다는 것이다.

페디도 이같은 필터링을 거쳤던 선수였기에, 박 팀장은 지난 포스트시즌 페디의 태업 논란 당시 안타까움을 숨길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럴 성격의 소유자가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페디가 (루머 때문에) 속상해서 많이 울었다.

회식 때도 동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도움이 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했다"고 전했다.

"페디 영입? 선조치 후보고였죠"…'외국인 영입 맛집' NC의 비결
NC의 노하우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은 결코 아니다.

참고할 매뉴얼도, 따를 선배도 없던 초창기에는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무작정 미국프로야구(MLB) 구단을 찾아가기도 했다.

박 팀장은 NC의 첫 외국인 선수 계약이었던 찰리 쉬렉을 떠올리며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그냥 가서 사무실 초인종을 누르고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협상했다.

그리고 이적 동의서를 들고 나왔다"고 떠올렸다.

그는 "화이트삭스 구단에서도 저희를 되게 이상하게 봤던 기억이 난다.

보통 유선이나 서면으로 얘기하고 굳이 만난다면 윈터미팅 때나 만나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외국인 선수들이 잘해서 승리한 날이 가장 보람차다"는 그는 이제 2024시즌 외국인 타자 영입 작업 막바지에 있다.

박 팀장은 새로 합류한 외국인 투수 다니엘 카스타노, 카일 하트에 대해 "둘 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페디 영입? 선조치 후보고였죠"…'외국인 영입 맛집' NC의 비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