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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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에게 코딩은 별도의 과목이 아니라 하나의 필수 소양이 됐습니다. 영어처럼요.”

서울 대치동 초등학생 사이에서 방학 ‘코딩 캠프’가 성행하고 있다. 이달 13일부터 방학 코딩 캠프를 운영 중인 디랩코딩학원 관계자는 “지난해 대비 학생 수가 30% 늘었다”며 “5년 전까지만 해도 학원생의 70%가 중·고교생이었지만 지금은 초등학생이 과반수”라고 말했다. 코딩 열풍에 코딩을 배우기 시작하는 평균 나이대가 낮아지고 있다. 초등학생 대상 코딩학원이 성행하고 학부모 요청에 코딩 수업을 도입한 유치원도 늘고 있다.

○코딩 조기교육 ‘열풍’…미취학아동도

"영어처럼 조기교육"…유치원도 '코딩' 열풍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10대에서 코딩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YBM이 운영하는 코딩활용능력시험(COS)의 올해 1~11월 연령대별 응시자를 보면 10대가 42%로 가장 많다. 이어 30대(31%), 40대(11%), 20대(7%), 50대 이상(3%) 순이었다. 합격률 역시 10대(75%)가 가장 높았다. 30대(73%), 10대 미만(72%), 20대(70%), 40대(64%), 50대 이상(61%) 순으로 합격했다.

수요 증가로 저연령층 대상 코딩 교육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현재 전국에 11개 캠퍼스를 두고 있는 디랩코딩학원은 내년에 4개 캠퍼스를 더 열 예정이다. 교원에서 6~12세를 대상으로 내놓은 온라인 코딩교육 플랫폼 ‘아이캔두 코딩’은 작년부터 매출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9월 매출은 전월 대비 11% 증가했다.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코딩 수업을 하는 유치원도 늘었다. 최근 유치원 설명회에서는 코딩 수업을 강조하는 곳이 많다. 서울 성북구 돈암동 아랑유치원은 2021년부터 원아 대상 코딩 교육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전문 교구를 통한 놀이를 통해 코딩 개념을 몸으로 익히는 방식이다. 5세반 아이들은 6장의 방향카드를 활용해 자동차를 원하는 위치로 이동시키는 놀이를 통해 순차, 반복, 함수, 조건 등 코딩의 기본 원리를 익힌다. 한 교사는 “코딩 사고력을 영어처럼 자연스럽게 체득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학부모 사이에 형성돼 있어 코딩 수업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대전 교육청과 대구 교육청은 작년부터 인공지능(AI) 시범 유치원을 지정해 운영 중이다. 이들 유치원에서는 AI 관련 교구를 통한 수업을 열고 있다.

○2025년 코딩 필수 대비도

코딩 열풍은 대입과도 관계가 있다. 일부 초등 대상 코딩학원은 대입 준비반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소프트웨어(SW) 특기자 전형으로 KAIST 등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다. 수시에 쓰일 교내 경진대회, 정보 올림피아드를 대비하기도 한다. 학원 관계자는 “2018년도에 개원한 이후 어린 나이대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입시 관련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4학년도에는 29개 대학에서 624명이 코딩 특기자 전형으로 선발된다.

학교 수업을 대비하는 목적도 있다. 2025학년도부터 반영되는 2022 개정 교육에 따르면 정보교과 시수가 17시간에서 34시간으로 두 배 늘고, 코딩 교육은 필수가 된다.

SW 인력 부족으로 개발자 연봉이 오르면서 부모들이 공대 진학을 선호하는 것도 유소년 코딩교육 확산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김재현 성균관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10년 전 정보 특기자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했을 때 컴퓨팅 사고력을 어렸을 때부터 길러 선발된 학생이 개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며 “개발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컴퓨팅 사고를 체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