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100주년 기념작 ‘위시’...향수 부르지만 서사는 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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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100주년 기념작' 해 넘겨 연초 개봉
'피노키오’ 등 고전 기리는 넘버·장면 눈길
'피노키오’ 등 고전 기리는 넘버·장면 눈길

살짝 나아가 보지만 아직은 겁이 나/
별 보며 소원을 빌어 나를 이끌어주고/
두려움 없이 나아가게 해 달라고/
시련도 찾아오겠지만/
하나씩 이겨나갈 거야/
나 이렇게 소원을 빌어/
지금보다 더 큰 꿈 꿀 수 있는 우리/
이렇게 소원을 비네/
지금보다 더 큰 꿈 꿀 수 있는 우리.”
내년 1월 3일 개봉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위시’의 대표곡이자 주제가인 ‘This wish’의 한국어 번역 가사 일부다. 주인공인 17세 소녀 아샤(목소리 연기 및 노래 아리아나 드보스)가 숲속 언덕에 올라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며 부르는 노래다. 영화가 시작된 지 약 25분이 지나 나온다. 극 전개상 초반부에서 중반부로 진입하는 전환점이 되는 노래다.

노래는 ‘네가 별에 소원을 빌면, 네 꿈은 이뤄진다(Your dreams come true)’란 가사로 끝난다. 이 노래처럼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에는 주요 인물이 별에 소원을 비는 장면이 나오는 작품이 많다. 자신이 만든 나무 인형 피노키오에 생명을 불어넣어 달라고 별을 바라보며 기원하는 제페토 할아버지처럼 말이다.

이 영화에선 주인공이 별에 소원을 비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각자 품었던 소원을 돌려주고 싶은 아샤의 소원을 들어주려 ‘스타’란 이름의 별 캐릭터가 이모티콘과 같은 모습으로 직접 등장한다.
영화의 배경은 마법사 군주인 매그니피코(크리스 파인)에 의해 통치되는 지중해 섬 나라 ‘로사스’다. 희망과 꿈이 잠재적인 불만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는 매그니피코는 사람들의 가장 소중한 소원을 몰수하고 안전하게 지켜주며, 때때로 자신의 통치에 지장 없고 도움이 될 만한 소원을 골라 들어준다. 사람들은 누구나 18세가 되면 매그니피코에게 소원을 얘기한 후 그 소원을 잊고 산다.

오래된 디즈니 팬이라면 향수를 불러일으킬 요소가 많다. 시작부터 그렇다. ‘wish’라고 적힌 동화책을 “옛날 옛적에(Once upon a time)~”로 시작하는 내레이션과 함께 펼친다. 디즈니 고전물의 도입부에서 으레 나왔던 장면이다.
하지만 100년 동안 이어져 온 디즈니 애니메이션만의 꿈과 용기를 전하는 스토리텔링을 집약적으로 담아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는 영화의 서사구조가 빈약하다. 유일한 악당인 매그니피코의 캐릭터와 그 변화에 설득력이 약하다. 가장 소중한 소원을 빼앗겨 잊고 사는 ‘로사스’ 국민들의 문제가 뭔지도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뮤지컬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의 몇몇 넘버(삽입곡)는 주목할 만하다. 아샤의 솔로곡 ‘This wish’에선 뮤지컬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2021)의 아니타 역으로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받은 아리아나 드보스의 깊은 감성과 뛰어난 가창력을 느낄 수 있다.
극 후반부 매그니피코에 맞서 싸울 것을 다짐하는 합창곡 ‘Knowing What I Know Now’에선 다채로운 타악 반주를 주의 깊게 들을 만하다. 다만 ‘Let It Go’(겨울왕국)나 ‘How Far I’ll Go’(모아나)처럼 처음 듣자마자 귀에 감기면서 노래를 부르는 캐릭터와 딱 맞아떨어지는 넘버가 없는 것은 아쉽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