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의문의 1패'...다이소 기업가치가 롯데쇼핑에 육박 [안재광의 대기만성'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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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의 기업가치 최소 3조원 추정
롯데쇼핑의 2조원 넘어설 듯
다이소 신드롬 나타날 정도로 실적 좋아
롯데쇼핑의 2조원 넘어설 듯
다이소 신드롬 나타날 정도로 실적 좋아
안 끝났습니다. 자회사로 롯데하이마트, 롯데홈쇼핑, 그리고 롯데시네마까지 두고 있어요. 롯데 입장에선 통탄할 노릇이죠. 1000원 짜리 파는 동네 구멍가게 같은 회사와 비교를 당한다니 말이죠.
그럴만한게, 온라인 쇼핑 시대라고 해서 오프라인 매장이 다 죽고 있는데, 다이소는 완전히 예외예요. 매출, 이익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작년 매출은 3조원에 육박했는데, 올해는 당연히 3조원은 넘길 것 같고요. 영업이익률도 10% 안팎에 이릅니다. 2000~3000억원은 가뿐히 벌어요. 요즘 유통 사업해서 이익률 10%는 고사하고 2~3% 남기기도 쉽지 않습니다. 롯데쇼핑 자꾸 비교해서 미안한데, 이 회사의 작년 이익률은 2.4%에 불과했거든요. 매출 15조원에 영업이익 3800억원.
다이소는 점포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죠. 백화점, 마트, 슈퍼는 매장 없애고 구조조정 한다고 난리인데, 다이소는 오프라인 유통 매장 중에선 거의 유일하게 계속 늘고 있습니다. 작년에 1400개를 넘겼고, 올해는 1500개도 넘었어요. 다이소는 손대는 것마다 대박이 나고 있습니다. 생활용품, 잡화 이런 건 기본이고 요즘은 화장품, 옷, 신발, 여기에 식품까지 잘 팔립니다. 백화점에서 취급하는 거의 모든 상품군이 있습니다. 요즘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오면 백화점, 면세점 잘 안 가고 다이소에 많이 간다고도 합니다. 아, 이정도면 다이소 신드롬이라고 해도 되겠어요.
그래서 이 회사가 만약 상장한다면, 1조5000억원이 아니라 3조원도 넘어 롯데쇼핑을 제낄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면 매출이나 이익, 사업 구조가 가장 비슷한 CJ올리브영이 현재 상장 준비중인데요. 몸값이 최소 3조원, 최대 5조원도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거든요. 올리브영의 매출이 지난해 2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2700억원 수준이이었어요. 다이소와 진짜 거의 비슷했죠.이번 주제는 진격의 다이소입니다.
자, 다이소를 얘기하려면 일본 다이소와의 관계부터 나와야 하죠. 한국 사람들이 이 부분, 대단히 민감하거든요. 간단히 정리해 볼게요.
한국 다이소는 일본 회사냐. 99%는 아닙니다. 나머지 1%는 뒤에 얘기하고, 99%부터 볼게요. 우선 다이소는 박정부 회장이란 분이 세웠고, 일본 다이소는 당연히 일본 사람, 야노 히로타케란 분이 세웠습니다.
또 한국과 일본의 매장 이름이 같긴 한데, 그렇다고 일본에 브랜드 로열티를 내는 것은 아니고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회사 로고도 다르게 쓰고 있습니다. 지분 관계는 과거에는 있었지만, 이미 설명했듯이 지금은 다 털어 냈습니다. 그럼 왜 1%는 일본 회사냐. 태생이 일본 다이소와 관계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박정부 회장이란 분이 원래 일본 다이소에 물건을 납품하는, 일종의 하청업자 같은 것을 했어요. 일본에서 100엔, 한국 돈으로 1000원쯤에 팔릴 만한 물건을 발굴해서 보내주는 걸 했습니다. 이 때가 1990년대였는데, 이 땐 일본 다이소가 슈퍼 갑이었죠. 물건 받아만 주면 땡큐, 아리가또 하고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일본 다이소가 물건을 너무나 많이 사주니까, 박정부 회장 든 생각이. '아, 일본 다이소 같은 것을 한국에서 직접 해보자' 하고 매장을 낸 게 한국 다이소의 시작이었어요. 그게 1997년이었습니다. 원래는 다이소가 아니라 딴 이름이었는데, 일본 다이소가 '같이 하자' 해서 지분도 태우고 이름도 다이소로 바꿉니다. 박정부 회장 입장에서 일본 다이소와 지분이 얽히는 게 나빴을까요?
너무나 좋았겠죠. 일종의 보험을 든 것이잖아요. 한국 다이소도 중요했지만, 이 땐 일본 다이소에 납품하는 게 훨씬 더 중요했거든요. 지분도 섞였는데, 거래가 보장 된 것 아닙니까. 동업자인데.
근데, 이게 세월이 지나 두고두고 발목을 잡습니다. 한국과 일본 관계가 안 좋아 질 때마다 일본 기업이라고 두들겨 맞고, 불매운동 당하고. 정치인들까지 뭐라 하고 그랬어요. 박정부 회장도 이렇게까지 다이소가 커질 줄은 몰랐겠죠.
또 일본 다이소 쪽에서도 '너네 돈 잘 버니까 배당 늘려라, 이사회에 우리 사람 들여라' 이렇게 경영 간섭도 심해지고요. 아무튼 이번에 지분 정리를 하면서 일본 기업 이미지는 훨씬 덜 해질 것 같아요.
다이소의 성공 비결, 딱 하나만 꼽으라면 가격이겠죠. 아니, 이건 다 알잖아. 맞아요. 근데, 여기서 핵심은 싼 게 아니라, 트렌드에 맞는,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싼 제품을 찾는 거예요. 다이소 제품은 500원, 1000원, 비싸도 5000원인데. 이 가격에 판 게 처음에는 바구니, 쓰레기통, 손톱깎이 같은 잡동사니 위주였잖어요. 백화점엔 없고, 마트에도 잘 없고. 전통 시장 나가야 볼 수 있는 싼 제품이 많았습니다.
시장에선 이런 물건을 1만원에도 팔고, 1000원에도 팔고. 가격이 사장님 맘대로인데, 다이소가 이걸 정가로 균일가에 파니까 사람들이 정말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머물지 않고 화장품, 의류, 신발, 홈인테리어, 가전 등등으로 확장합니다. 잘 보면 이런 품목은 백화점에서 주로 파는 것인데요. 브랜드도 다르고, 품질도 다르지만 어쨌든 이걸 균일가 매장에서 1000원, 2000원으로 해치웠다는 게 포인트 입니다.
예를 들면 화장품을 어떻게 1000원, 2000원에 팔지? 남들은 상상도 못 할 때, 다이소는 이걸 합니다. 요즘 난리가 났다는 VT 리들샷이라고 있어요. 저희 PD 분들도 샀다는데. 올리브영에서 3만원 넘게 팔리는 것을 다이소가 3000원에 내놔서 '품절 대란'이 났습니다,
3000원에 팔기 위해서 다이소는 어떻게 했느냐. 우선 비싼 화장품 케이스를 벗겨 버리고, 샘플 처럼 포장을 바꿨어요. 화장품 원가 구조를 보면, 판매가가 1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대략적으로 내용물은 5000원에 불과하고요. 케이스는 그 두 배인 1만원에 이릅니다. 케이스만 벗겨 내도 원가를 대폭 절감할 수 있죠. 여기에 다이소는 화장품 함량을 줄이고, 배합도 조금 바꿔서 원가를 더 낮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올리브영에서 판매하는 제품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사람들은 거의 같은 제품을 훨씬 싸게 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다이소를 찾고 있습니다.
다이소 제품은 이런 게 많은데요. 보통의 유통 회사들이 납품 단가에 자기들 비용과 마진을 더해서 판매가를 정하는데. 다이소는 판매가부터 정하고, 이 가격에 원가가 안 맞으면 기능과 성능을 덜어 내는 식으로 합니다.
또는, 제품을 엄청나게 많이 발주해서 가격을 낮추기도 하죠. 남들이 1000개 주문할 때, 다이소는 10만개를 주문하는식으로요. 사실 이건 롯데, 신세계도 다 하죠. 1000원짜리 잘 안 팔아서 그렇지.
다이소가 잘 된 두 번째 비결은 불경기 입니다. 다이소 같은 매장을 균일가 숍이라고 하는데요. 1000원, 2000원. 이렇게 가격을 균일하게 정해놓은 것을 균일가 숍이라고 하죠. 이게 한국, 일본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미국이나 유럽에도 흔합니다. 예컨대 미국의 원 달러 숍이 그렇죠. 달러트리, 달러저네럴이 다이소와 비슷한 것인데요. 미국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어요. 영국의 99펜스 스토어도 그렇고요.
이런 균일가 매장은 불황에 더 잘 되는 경향이 있는데, 일본 다이소가 확 컸던 것은 1990년대,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렸던 시기였습니다. 한국 다이소는 1997년 IMF 터지고 시작됐고요. 미국의 경우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만 1만개 넘게 생겼다고 해요.
요즘은 경기가 어떨까요. 세계적인 불경기, 라고 하기에는 미국 경제가 요즘 너무 좋고요. 미국의 GDP 성장률이 가장 최근 수치인 2023년 3분기의 경우 연율로 무려 5.2%에 달했습니다. 미국은 고용 상황도 좋고, 주식시장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죠. 물가가 너무 올라 힘들다고 하는데, 물가가 올라가도 월급이 더 올라서 소비를 안 줄입니다. 저상장의 대명사 일본 경제도 올 상반기에 기록적인 엔저 덕분에 분기당 연율로 3~4%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는데요. 하반기 들어 성장률이 꺾이긴 했지만, 올해 일본의 GDP 성장률은 2%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반면에 한국은 상황이 꽤 안 좋죠.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분기당 0%대 수준에 불과하고, 국민총소득 GNI 성장률도 지난 3분기에 0.5% 수준에 그쳤습니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GDP 성장률이 1.4%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제외하고 GDP가 1%대 수준에 불과한 것은 유례가 없었어요. 미국, 일본과 다르게 한국은 고물가를 감내할 기초 체력이 약하다는 겁니다.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상승하면 사람들은 소비를 줄일 여지가 크고, 그럼 주로 내구재라고 하는 자동차, 가전제품, 가구 같은 건 잘 안 살 것이고요.
옷이나, 화장품, 식품 같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것은 좀 더 저렴한 것을 찾을 가능성이 높겠죠. 다이소에 한국의 저성장은 기회가 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말 나온 김에 다이소의 강점을 또 하나 얘기하자면 10대, 20대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유통 업계에 10대, 20대는 엄청나게 중요한 소비자입니다. 이 연령대가 돈을 잘 써서 그런 것도 조금은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트렌드를 주도하기 때문이에요. 젊은 층이 많이 사는 화장품, 옷 이런게 유행이 되잖아요.
백화점 요즘 가보면 1층이나 좋은 자리에 팝업 스토어라고 해서, 온라인에서 확 뜬 브랜드 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임시 공간이 있는데요. 팝업 스토어는 몇 주, 몇 일만 잠깐 하고 계속 바꿔주잖아요. 매출이 많이 안 나오는데도 백화점이 팝업 스토어에 신경을 쓰는 게 바로 젊은 소비자를 잡기 위해서거든요.
또 이런 10대, 20대가 다이소를 친숙하게 여기면 30대, 40대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다닐 가능성이 높이지거든요. 결혼해서 아이 낳고 가족이 함께 다니는 거죠. 저도 요즘 애들 손잡고 다이소에 종종 가는데요. 아이들도 여기 가면 무척 좋아합니다.
외국인도 요즘 다이소 매장에 가면 많은데. 외국인 관광객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연간 1700만명을 넘었는데, 2020년 250만명, 2021년 96만명으로 뚝 떨어졌다가 지난해 300만명, 올해는 10월까지 880만명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어요. 절대적인 숫자도 늘었지만, 외국인의 쇼핑 패턴이 바뀐 것도 한몫 했는데요. 코로나 이전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 가장 많이 하는 장소는 1위는 서울 명동이었고. 여긴 한국 여행 오면 무조건 들르니까 뭐 그렇다 치고요. 진짜 필요한 물건은 면세점, 백화점 가서 많이 샀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다이소에 많이 갑니다. 외국인들, 그 중에서도 비중이 가장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다이소를 그렇게 좋아해요. 요즘은 중국 관광객은 단체가 아니라 개별 여행을 많이 해서 면세점, 백화점 건너 뛰고 다이소로 점핑 합니다.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사는 게 바로 화장품이죠. 다이소가 화장품 구색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10대, 20대 젊은 층도 좋아하고. 외국인 관광객도 좋아하고. 올리브영의 진정한 경쟁자는 다이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물론 다이소도 여러 문제들이 있어요. 일본 다이소와 지분 정리는 했다고 해도, 결국 다이소란 이름은 일본 게 맞잖아요. 박정부 다이소 회장은 "다있소" 뭐 이런 느낌이라 다이소로 했다는데, 이건 눈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고. 그렇다고 간판을 싹 다 바꾸자니, 사람들에게 너무 다이소가 각인되어 있어서 쉽지도 않고요.
또, 지분 구조가 복잡해서 이것도 풀어야 할 숙제 같죠. 박정부 회장이 1944년생으로, 내년이면 만으로 여든인데요. 승계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근데, 이 회사 지배구조가 좀 복잡해요.
한국 다이소를 운영하는 곳이 아성다이소란 법인이고, 아성다이소의 최대주주가 이번에 일본 다이소 지분을 사들인 아성HMP 입니다. 아성HMP는 일본 다이소에 물건 납품하는 게 주된 사업이고요. 이 아성HMP 지분 100%를 아성이란 회사가 들고 있어요.아니, 박정부 회장은 대체 언제 나오는거야? 바로 여기 나옵니다. 아성의 최대주주가 박정부 회장, 그리고 두 따님입니다. 두 따님 중에 차녀인 박영주 씨가 다이소 경영진에 포함이 되어 있고요, 아마 조만간 지분 승계와 경영 승계가 다 이뤄질 것 같습니다. 다이소가 그간 박정부 회장의 사실상 개인 회사 처럼 운영이 되어 왔는데, 승계가 이뤄진다면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궁금하네요.
다이소가 온라인 통합 쇼핑몰을 최근에 오픈했고, 배송도 하루 만에 가져다 주는 과거 쿠팡의 로켓배송 같은 것도 도입했는데. 이렇게 끊임 없이 발전을 하고 있어서 다이소는 더 큰 회사가 될 게 분명해 보입니다.
이제 한국인의 삶에서 다이소는 떼어낼 수 없는 회사가 된 만큼, 앞으로도 싸고 좋은 물건 많이 들여와서 박정부 회장 바람대로 '국민 가게 다이소'가 되길 바라게습니다.
한국 다이소, 일본 다이소 뛰어넘을 때까지 눈여겨 보겠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