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도 믿고 쓴다…'배터리 미래' 선점 꿈꾸는 한국 회사 [강경주의 IT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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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의 IT카페] 106회
김광일 필에너지 대표 인터뷰
지난해 매출 90% 이상 삼성SDI서 발생
4680 배터리 권취기 기술 뛰어나단 평가
"2차전지 시장 향후 10년 이상 성장 지속"
2공장 완공 앞둬…추가 부지도 물색 중
김광일 필에너지 대표 인터뷰
지난해 매출 90% 이상 삼성SDI서 발생
4680 배터리 권취기 기술 뛰어나단 평가
"2차전지 시장 향후 10년 이상 성장 지속"
2공장 완공 앞둬…추가 부지도 물색 중
김광일 필에너지 대표는 국내 '배터리 엔지니어' 1세대다. 소형 2차전지가 시장에 나온 1998년부터 니켈수소 배터리가 리튬이온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배터리 역사를 직접 겪었다. 김 대표는 배터리 업계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4680(지름 46㎜, 높이 80㎜) 배터리'를 주목하고 있다. 테슬라가 주도하는 4680 배터리는 삼성SDI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일본 파나소닉, 중국 다수의 배터리 셀 업체들이 개발 중이어서다.
이 장비는 2차전지의 분리막과 양극·음극을 번갈아 겹겹이 쌓는 적층(積層) 공정에 쓰인다. 스태킹 공정은 주로 전극을 잘라 쌓는 파우치형 배터리나 각형에 적용되는데, 필에너지는 전극과 분리막을 지그재그로 쌓는 'Z스태킹'에 특화된 장비를 제조해 삼성SDI에 단독 공급하고 있다. 분리막 접힘과 정렬 오류 등이 발생하는 단점을 최소화해 수율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필에너지의 또 다른 주력은 레이저 노칭(Laser Notching) 장비다. 배터리를 구성하는 금속박에 활물질(리튬이온을 흡수·방출하면서 전기를 저장하거나 생성하는 소재)을 올린 양극·음극은 전류가 흐르는 길인 '탭' 형태로 잘라줘야 한다. 이를 노칭 공정이라고 한다. 기존에는 날카로운 칼날을 이용한 프레스 방식으로 찍어 눌러 탭을 형성했다.
하지만 프레스 방식은 공정이 진행될수록 칼날이 무뎌지고, 이를 다시 빼서 예리하게 깎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에 배터리 셀 업체들은 레이저를 이용해 노칭 장비 유지보수 기간을 단축하는 방법을 강구했다. 필에너지가 경쟁력을 가진 레이저 노칭은 프레스 노칭과 달리 일정 시간 이후 금형을 바꿀 필요가 없다. 레이저를 방출하는 에너지원(펌핑 소스)만 교체하면 유지보수도 끝난다. 소모품이 들지 않아 유지비도 적다.
필에너지는 회사 설립 첫해인 2020년 매출 174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4억 적자를 봤다. 하지만 2021년 매출 1651억, 영업이익 74억, 지난해 매출 1897억원, 영업이익은 168억원을 기록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올 3분기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42억원과 94억원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서울대 기계설계학을 전공하고 일리노이대학교 공과대학원 석박사를 취득한 뒤 삼성SDI에 입사했다. 삼성SDI에선 생산기술센터장을 역임하면서 국내 2차전지 제조핵심 설비의 개발을 주도했다.
특히 폴리머 전지용 고용량 충방전 시스템 개발을 이끌어 2003년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김도영 부사장(경영본부장), 이형노 부사장(사업총괄), 조태형 전무(구매실장), 황지상 전무(설비개발본부장), 김동우 상무(선행연구실장) 등 핵심 경영진이 삼성SDI 출신이다. 삼성SDI가 공격적으로 설비를 늘리면서 필에너지 실적에 대해서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 대표는 "주요 고객사의 공격적인 설비 투자는 필에너지의 매출과 직결된다"며 "삼성SDI와 동반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SDI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2027년까지 고객사를 다변화해 매출의 40% 가량을 삼성SDI 외 업체에서 발생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필에너지에 따르면 현재 개발 중인 하이엔드 권취기는 고속 레이저 노칭 기술을 탑재해 기존 권취기 대비 속도와 정밀도가 약 30% 가량 향상됐다. 가감속 제어, 레이저 노칭, 자동공급시스템 등의 기능을 탑재한 올인원 형태라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테슬라가 내년부터 대용량 4680 배터리에 본격 투자할 예정"이라며 "현재 여러 고객사가 오산 본사에 와서 시연하는 것을 보는 단계"라고 귀띔했다. 업계에서는 필에너지가 독자적인 레이저 공정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아직 시장이 개화되지 않은 4680 배터리 권취기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가 조정기를 겪는 상황에 대해 우려는 없을까. 김 대표는 "2차전지 시장은 앞으로 2035년까지 고성장할 것"이라며 "거시적 측면에서 트렌드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투자를 늘렸다. 경기도 오산 1공장을 운영 중인 필에너지는 내년 3월 2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1·2공장을 합쳐 연매출 5000억원에 해당하는 장비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재 생산량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김 대표는 "장기 성장 전망을 감안하면 1·2공장 생산능력도 부족해 추가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필에너지는 최근 3년 간의 성과를 '1단계 성장'이라고 규정하고, 내년부터 실적을 본격 확대하는 '2단계 성장'에 진입하겠다는 각오다. 김 대표는 성장에 대한 자신감으로 최근 필에너지 주식 5000주를 매수했다. 그는 "고객사 다변화와 기술 고도화를 통해 2025년 매출 5000억, 2027년 7000억원 매출 달성하고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산=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스태킹·레이저 노칭 장비 '강점'
김 대표는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680 배터리 선도 기업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기업 필옵틱스에서 물적분할해 지난 7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필에너지는 스태킹(Stacking) 장비를 주력으로 한다.이 장비는 2차전지의 분리막과 양극·음극을 번갈아 겹겹이 쌓는 적층(積層) 공정에 쓰인다. 스태킹 공정은 주로 전극을 잘라 쌓는 파우치형 배터리나 각형에 적용되는데, 필에너지는 전극과 분리막을 지그재그로 쌓는 'Z스태킹'에 특화된 장비를 제조해 삼성SDI에 단독 공급하고 있다. 분리막 접힘과 정렬 오류 등이 발생하는 단점을 최소화해 수율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필에너지의 또 다른 주력은 레이저 노칭(Laser Notching) 장비다. 배터리를 구성하는 금속박에 활물질(리튬이온을 흡수·방출하면서 전기를 저장하거나 생성하는 소재)을 올린 양극·음극은 전류가 흐르는 길인 '탭' 형태로 잘라줘야 한다. 이를 노칭 공정이라고 한다. 기존에는 날카로운 칼날을 이용한 프레스 방식으로 찍어 눌러 탭을 형성했다.
하지만 프레스 방식은 공정이 진행될수록 칼날이 무뎌지고, 이를 다시 빼서 예리하게 깎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에 배터리 셀 업체들은 레이저를 이용해 노칭 장비 유지보수 기간을 단축하는 방법을 강구했다. 필에너지가 경쟁력을 가진 레이저 노칭은 프레스 노칭과 달리 일정 시간 이후 금형을 바꿀 필요가 없다. 레이저를 방출하는 에너지원(펌핑 소스)만 교체하면 유지보수도 끝난다. 소모품이 들지 않아 유지비도 적다.
필에너지는 회사 설립 첫해인 2020년 매출 174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4억 적자를 봤다. 하지만 2021년 매출 1651억, 영업이익 74억, 지난해 매출 1897억원, 영업이익은 168억원을 기록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올 3분기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42억원과 94억원을 기록했다.
삼성SDI와의 특수성…주요 임직원 삼성 출신
필에너지는 삼성SDI와 관계가 깊다. 2015년 레이저 노칭 설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삼성SDI의 양산라인에 공급했고 2020년부터는 스태킹 장비를 개발해 삼성SDI에 단독 공급했다. 삼성SDI가 회사 지분 14.15%를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기준 매출 90% 이상을 삼성SDI가 점유하고 있다. 주요 임직원은 대부분 삼성SDI 출신이다.김 대표는 서울대 기계설계학을 전공하고 일리노이대학교 공과대학원 석박사를 취득한 뒤 삼성SDI에 입사했다. 삼성SDI에선 생산기술센터장을 역임하면서 국내 2차전지 제조핵심 설비의 개발을 주도했다.
특히 폴리머 전지용 고용량 충방전 시스템 개발을 이끌어 2003년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김도영 부사장(경영본부장), 이형노 부사장(사업총괄), 조태형 전무(구매실장), 황지상 전무(설비개발본부장), 김동우 상무(선행연구실장) 등 핵심 경영진이 삼성SDI 출신이다. 삼성SDI가 공격적으로 설비를 늘리면서 필에너지 실적에 대해서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 대표는 "주요 고객사의 공격적인 설비 투자는 필에너지의 매출과 직결된다"며 "삼성SDI와 동반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SDI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2027년까지 고객사를 다변화해 매출의 40% 가량을 삼성SDI 외 업체에서 발생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배터리의 미래' 4680 원통형 권취기 경쟁력 확보
필에너지는 4680 원통형 권취기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낙점했다. 4680 배터리는 테슬라가 직접 양산 투자를 하고 있는 '차세대 배터리'다. 권취기는 양극, 음극, 분리막을 돌돌말은 배터리 소재 조합물인 '젤리롤(Jelly roll)'을 만드는 와인더다. 코팅-프레스-슬리팅(좁고 길게 자르는 공정) 등 극판 전공정을 마친 극판 릴을 원통형 배터리 형태로 말아주는 기능을 해 4680 배터리 제조의 핵심 장비로 꼽힌다.필에너지에 따르면 현재 개발 중인 하이엔드 권취기는 고속 레이저 노칭 기술을 탑재해 기존 권취기 대비 속도와 정밀도가 약 30% 가량 향상됐다. 가감속 제어, 레이저 노칭, 자동공급시스템 등의 기능을 탑재한 올인원 형태라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테슬라가 내년부터 대용량 4680 배터리에 본격 투자할 예정"이라며 "현재 여러 고객사가 오산 본사에 와서 시연하는 것을 보는 단계"라고 귀띔했다. 업계에서는 필에너지가 독자적인 레이저 공정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아직 시장이 개화되지 않은 4680 배터리 권취기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가 조정기를 겪는 상황에 대해 우려는 없을까. 김 대표는 "2차전지 시장은 앞으로 2035년까지 고성장할 것"이라며 "거시적 측면에서 트렌드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투자를 늘렸다. 경기도 오산 1공장을 운영 중인 필에너지는 내년 3월 2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1·2공장을 합쳐 연매출 5000억원에 해당하는 장비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재 생산량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김 대표는 "장기 성장 전망을 감안하면 1·2공장 생산능력도 부족해 추가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필에너지는 최근 3년 간의 성과를 '1단계 성장'이라고 규정하고, 내년부터 실적을 본격 확대하는 '2단계 성장'에 진입하겠다는 각오다. 김 대표는 성장에 대한 자신감으로 최근 필에너지 주식 5000주를 매수했다. 그는 "고객사 다변화와 기술 고도화를 통해 2025년 매출 5000억, 2027년 7000억원 매출 달성하고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산=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