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주 "번거로움 무릅쓰고 도움"…정돈한 남성 "누구라도 그랬을 것"
원주경찰, 난동 피운 남성 인적 확인…재물손괴 혐의로 입건할 방침

술에 취한 듯한 한 남성이 한밤에 강원 원주의 한 무인점포에 들어가 상품과 기물을 마구 손괴하고 달아난 일이 CCTV에 담겨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원주 무인점포 난장판 문신남, CCTV 보며 'V'자…그 후엔 반전이
점포를 난장판으로 만든 남성이 떠난 뒤 상황이 종료됐을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은 또 다른 행인이 점포 밖에 널브러진 상품을 묵묵히 정돈하고 친절하게 업주에게 알려준 반전 영상이 함께 공개되면서 잔잔한 감동을 준다.

19일 강원 원주경찰서와 피해 업주 등에 따르면 한 남성이 원주시 단구동 김모(43)씨가 운영하는 무인점포를 난장으로 만든 것은 지난 16일 오전 3시 30여분.
20대로 추정되는 남성 A씨는 무인점포에 들어와 과자 1봉지와 밀크셰이크 1봉지를 꺼낸 뒤 키오스크 앞에서 계산을 시도했다.

하지만 뜻대로 결제가 뜻대로 이뤄지지 않자 갑자기 돌변해 내부를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원주 무인점포 난장판 문신남, CCTV 보며 'V'자…그 후엔 반전이
당시 검은색 반소매 옷을 입고 팔에 문신을 한 A씨는 술에 취한 듯 이리저리 산만하게 움직이더니 물품을 향해 돌연 발길질을 이어갔다.

상품이 걸려있는 매대를 발로 차고 손으로 물건을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떨어진 물건들을 발로 차다가 문밖으로 버린 A씨는 급기야 키오스크를 넘어뜨린 뒤 올라탄 뒤 누군가에게 발길질하듯 한동안 난동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문신이 그려진 팔을 들어 손가락으로 브이(V)를 그려 보이기도 했다.

원주 무인점포 난장판 문신남, CCTV 보며 'V'자…그 후엔 반전이
한동안 쓰나미가 몰아친 듯 난동이 이어지고 40여 분 뒤 이 무인점포에서는 반전이 벌어진다.

무인점포를 지나던 또 다른 남성 B씨가 가게 앞에서 떨어져 있는 상품들을 주워 가게 안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
밖에 널브러진 물건을 정돈해 점포 안으로 넣은 B씨는 건물 밖 간판에 표시된 업주 김씨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 피해 사실을 알렸다.

업주 김씨는 "잠결에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며 "외면하지 않고 번거로움도 무릅쓰고 이렇게 큰 도움을 줘 무척 감사드린다"고 B씨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원주 무인점포 난장판 문신남, CCTV 보며 'V'자…그 후엔 반전이
이에 B씨는 "그 상황에서 누구라도 저처럼 행동했을 것 같다"며 "큰 상심 없이 번창하시길 바란다"고 답했다.

112 신고받고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무인점포에서 난동을 부린 A씨의 인적 사항을 특정한 뒤 확인을 거쳐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