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 2023’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가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 2023’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가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 협력사인 오픈AI가 ‘챗GPT’를 공개하면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업무 생산성을 얼마나 끌어올릴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졌다. 생성 AI 도입의 필요성엔 많은 기업이 동의했지만 그 효과가 어떠한지, 실제 수익화는 어떻게 나타날지를 검증하기란 쉽지 않았다.

MS가 생성 AI의 업무 기여 정도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내놨다. 생성 AI를 사무 현장에서 적용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결과를 공개했다. 생성 AI 챗봇과 MS의 업무용 프로그램을 결합한 ‘마이크로소프트 365(M365) 코파일럿’ 이용자 중 70%가 “생산성이 더 높아졌다”고 답했다.

○무료 점심 대신 코파일럿 택한다 ‘77%’

AI 비서 썼더니…M365 코파일럿 이용자 70% "생산성 향상"
MS는 지난달 15일 미국 시애틀에서 연 콘퍼런스 행사인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 2023’에서 코파일럿의 업무 혁신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업무동향지표를 공개했다. 코파일럿은 MS가 공급하고 있는 챗봇 형태의 AI 비서다. 지난달 1일 MS는 이 AI 기술을 파워포인트, 엑셀, 워드, 아웃룩, 팀즈, 비즈니스챗 등 각종 오피스 프로그램에 넣은 서비스인 엔터프라이즈용(기업용) ‘M365 코파일럿’도 출시했다. 이 서비스를 적용하면 생성 AI가 이메일, 문서, 회의 내용 등을 요약해주거나 워드, 엑셀 등의 문서를 PPT 양식으로 바꿔준다.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검색하거나 문서 초안을 짜는 데도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MS가 발표한 업무동향지표에 따르면 코파일럿을 업무에 적용한 이들의 70%가 생산성 향상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보 검색, 서류 작성, 회의 내용 요약 등의 작업을 수행하는 속도는 평균 29% 빨라졌다. 특히 코파일럿 이용자가 놓친 회의를 따라잡아 내용을 숙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기존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전체 응답자의 77%는 “코파일럿 적용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MS는 코파일럿과 무료 점심식사 기회를 비교시키기도 했다. MS는 코파일럿 이용자에게 회사에서 코파일럿 서비스와 주 1회 10달러 상당의 무료 점심식사 중 하나를 제공한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냐고 물었다. 이에 응답자 중 77%가 코파일럿을 골랐다. 월 40달러 수준의 무료 점심 대신 코파일럿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 응답자가 4분의 3을 웃돌았다. 심지어 응답자 중 30%는 코파일럿 서비스 제공 여부가 취업·이직 시 회사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들의 생성 AI 적용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필수 요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AI 투자로 수익 실현에 14개월 걸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 2023’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가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 2023’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가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MS는 AI 비서로 생산성을 높인 사례들도 소개했다. 아랍에미리트에 본사를 둔 에미레이트NBD은행은 M365 코파일럿을 적용해 각종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의사 결정 과정을 효율화했다. 스위스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계법인인 KPMG는 윤리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M365 코파일럿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 병원인 메이요클리닉도 병원 행정 업무, 의료 일정 관리, 문서 기록 등에 이 AI 비서를 적용했다.

MS는 기업들의 AI 적용 현황도 조사했다. IDC에 의뢰해 전 세계 기업별 임원급 인사 21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가 “자신의 회사가 업무에 AI를 쓰고 있다”고 답했다. AI를 업무에 적용하는 데 걸린 기간은 92%가 “1년 이내”라고 했다. AI 투자가 수익으로 돌아오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14개월이었다. 응답자가 속한 기업들은 AI에 1달러를 투자했을 때 수익으로 평균 3.5달러를 거두는 것으로 집계됐다.

AI 도입 과정에서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도 조사 항목에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52%가 숙련된 기술자가 부족하다는 점을 난관으로 꼽았다. 비용(28%), 데이터 보안 및 지식재산권(IP) 침해 우려(28%), AI 관련 지배구조(거버넌스) 및 위험관리 체계 미비(26%) 등도 장애 요소로 꼽혔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