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4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와 토론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4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와 토론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한국 금융통화위원회에 여성이 최소 두명이 있도록 법을 바꿔야할 것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지난 14일 세계여성이사협회 포럼에서 토론하면서 한국은행 금통위에 여성 위원이 서 위원 한명뿐이라는 얘기를 듣고 이같이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IMF는 최근 4년 동안 여성 부서장의 비율을 25%에서 50%까지 늘렸고 5명의 고위 관리 중 나를 포함한 3명이 여성"이라고 했다.

현재 7명의 한은 금통위원 중 공석인 한자리를 제외하면 서 위원을 제외한 5명이 남성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여성 금통위원은 서 위원 등 3명에 불과했다. 지난 2004년 취임한 이성남 전 금통위원이 첫 사례였다. 그는 씨티은행에서 일하다가 금감원 부원장보, 국민은행 감사 등을 거쳐 금통위원이 됐다. 두번째 여성 금통위원은 이 위원이 퇴임한지 10년이 지난 2018년에 탄생했다. JP모간의 이코노미스트였던 임지원 위원이다. 2020년 서 위원이 금통위원이 되면서 2020~2022년 2년 간 2명의 여성 금통위원이 활동했다.

공교롭게도 민주당 계열 정부에서만 여성 금통위원이 나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위원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 위원과 이 위원을 임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박춘섭 위원의 경제수석 취임으로 생긴 공석에 여성 경제전문가를 임명한다면 보수 정부가 선택한 첫 여성 위원이 된다.

성별 문제가 아니더라도 한은 금통위는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원이 서울대 경제학부 출신이라는 점이다. 서 위원을 비롯해, 이창용 총재, 유상대 부총재, 신성환 위원, 장용성 위원은 경제학과, 조윤제 위원을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의 경제상황을 판단해야하는 자리에 국내 최고 대학의 경제학 전공자가 선임되는 것 자체는 큰 문제는 없지만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내용으로 공부한 동질적인 사람들이 모여있어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