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아파트/ 사진=한경DB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아파트/ 사진=한경DB
주택시장을 예측할 때 선행지표는 중요합니다. 평균시장보다 먼저 움직이는 지표를 알면 남들보다 먼저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행적으로 움직이는 가장 많이 언급되는 지표는 '주택 인허가물량'과 '분양 물량'입니다. 같이 움직이는 지표로는 '착공물량'이 있고, '준공물량'(입주물량)은 후행지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주택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는 올해 9월에 발표한 공급대책 또한 준공물량은 예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인허가 물량과 분양 물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입니다. 주택 인허가와 분양 물량이 감소하면 3~5년의 시차를 두고 입주물량이 줄어들게 됩니다. 이는 본격적으로 주택공급 부족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주택가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선행지표가 가장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강남지역의 재건축아파트가 선도지표로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주택시장이 하락기를 끝내고 상승을 준비할 때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부터 가격 상승의 흐름이 시작됐습니다. 호재도 많고 주변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컸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최근 주택시장에서는 선행지표로서 의미를 가지는 아파트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고금리의 영향으로 2022년부터 시작된 현재의 주택시장 조정기에서는 송파구의 대규모 아파트들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현재에도 이 지역의 대단지 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큽니다. 강남의 재건축아파트들도 반등했지만 그 신호탄을 쏘아 올린 지역은 잠실이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주택시장을 예측할 수 있는 주요 바로미터(barometer)가 달라진 걸까요?
주택시장을 선도하는 아파트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첫 번째는 아파트 거래가 거의 되지 않는 거래절벽 상황에서 유의미한 거래 결과를 내는 대규모 아파트의 의미가 과거보다 더욱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송파구의 주요 아파트가 가구수 순위로는 서울에서 1위부터 5위까지를 독식하고 있습니다. 현재 개포동에서 입주 중인 디에이지퍼스티어아이파크를 제외하면 모두 송파구의 아파트들입니다. 헬리오시티 1위, 파크리오 2위, 잠실엘스 4위, 리센츠 5위입니다. 둔촌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입주하면 순위가 하나씩 밀리겠지만 여전히 송파구는 세대수가 많은 아파트 단지가 즐비한 지역으로의 중요성은 계속될 겁니다.

이렇게 가구수가 많은 단지는 유의미한 거래건수를 만들어냅니다. 올해 12월 13일까지 헬리오시티로 305건이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파크리오 216건, 리센츠 142건, 잠실엘스도 124건이나 매매 거래됐습니다. 연간 몇 십 건이 겨우 거래되는 다른 단지들에 비해 가격비교도 쉽고 의사결정도 빠를 수 있습니다.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게 됩니다.

두 번째는 금리가 많이 오르다 보니 재건축과 같은 투자상품은 불리해졌습니다. 재건축은 전세가율이 낮아 전세를 끼고 매입할 때 자금이 많이 소요됩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갭투자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자금부담이 커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먼저 움직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재의 고금리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재건축 상품은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은 강남권이라 일컬어지는 권역의 중심축이 동쪽으로 많이 움직였다는 점입니다. 2000년 초 대치동과 도곡동의 아파트들이 강세를 보였는데 2010년을 기점으로 반포의 아파트들이 재건축을 통해 신축으로 탈바꿈하면서 강남의 중심축이 서쪽으로 이전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늘어나고 강동구에 신축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다시 강남의 중심축이 동쪽으로 이동해가고 있습니다. 강남3구가 이제는 강남4구로까지 언급됩니다. 이런 이유로 과거 강남의 외곽이라는 이미지를 가졌던 송파구가 확실한 강남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국민은행에서 발표하는 KB선도아파트50지수를 통해 주택시장의 움직임을 선행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도아파트50지수도 올해 5월 이후 반등해 선행지표로서의 의미가 약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조심스럽지만 앞으로 아파트의 거래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봅니다. 2006년 8.82%까지 올랐던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회전율(재고 가구수 대비 실제 거래된 비중)은 올해 3.04%까지 떨어졌습니다.

향후 부동산시장의 규제가 완화돼 거래가 활성화돼도 매매거래회전율은 선진국 수준인 5%대에서 움직일 겁니다. 과거에 비해 거래가 더 줄어드는 시대로 접어들면 가구수가 많은 아파트의 거래량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가구수가 많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새로운 가격지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할 듯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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