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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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가 이달 말 7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정이 적용된 새 5세대(5G) 스마트폰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월 말 깜짝 선보인 '메이트60 프로' 이후 4개월 만에 신규 5G 스마트폰을 선보이는 것이다. 탑재된 칩의 자체 양산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사실일 경우 미국의 기술 제재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 두 차례 5G폰 내놓는 화웨이…7나노 칩 탑재 유력

화웨이 노바11 울트라. 사진=화웨이 홈페이지
화웨이 노바11 울트라. 사진=화웨이 홈페이지
14일 중국 매체 왕이(网易)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화웨이는 연내 신규 스마트폰 화웨이 노바12(nova12) 시리즈를 내놓을 계획이다. 노바12 시리즈는 '노바12'를 비롯해 '노바12 프로'와 '노바12 울트라'까지 3가지 모델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최상위 라인업인 노바12 울트라에 7나노 기술이 적용된 5G 칩이 탑재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말 화웨이의 새 휴대폰 모델 'ADA-AL00U'는 중국 전자제품 품질인증인 3C 인증을 통과했다. 3C 인증은 중국에서 전자제품을 출시하기 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인증 절차다. 업계에서는 이 모델이 연내 출시될 화웨이 '노바12 울트라'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바이두 캡처
사진=바이두 캡처
세부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 정보유출자(팁스터) 등에 따르면 '노바12 울트라'에는 기린 5G 칩이 탑재된다. 지난 8월 출시된 5G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적용된 7나노 '기린 9000S' 프로세서(AP)와 비슷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바12 울트라 스마트폰은 2배 광학줌에 전면 6000만 화소 듀얼 카메라와 5000만 화소의 메인 카메라가 지원되며 위성 통신 기능이 제공될 예정이다. 자체 운영 체제인 홍멍(Hongmeng)이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노바12 시리즈'는 이르면 오는 23~26일께 공개될 예정이다.

최상위 모델인 '노바12 울트라' 가격은 4000위안(약 73만원)대로 '메이트60 프로'보다 약 2000위안(약 36만원)가량 저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 공개 후 본격 판매는 늦어도 내년 1월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제품 발표회 개최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화웨이 노트북에도 5나노 칩…美 기술 제재 '유명무실'

사진=화웨이 홈페이지
사진=화웨이 홈페이지
'노바12 울트라' 모델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5G 칩 탑재가 유력시되기 때문이다. 해당 스마트폰이 공개되면 화웨이는 올해 하반기에만 두 차례 5G 휴대폰을 선보이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5나노 칩을 탑재한 신형 노트북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의 기술 제재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체 기술 진보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간 화웨이는 미국의 통제로 5G 칩을 구매할 수 없게 된 뒤 3년 가까이 5G 스마트폰을 시장에 내놓지 못했다. 2020년 10월 발표한 '메이트 40' 시리즈에 대만 TSMC가 만든 5나노 공정 프로세서 '기린 9000'을 사용한 것이 마지막 5G 스마트폰이다. 이후 지난 8월 최신 5G 스마트폰인 '메이트60 프로'를 전격 공개하며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메이트60 프로'에 자체 개발한 7나노 5G 칩셋(기린 9000S)'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칩셋은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중신궈지)가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칩셋이 만일 자체 양산한 것이라면, 미국의 대중 기술 제재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7나노 공정 이하의 반도체 칩은 중국 반입이 금지된 극자외선(EUV) 장비 없이는 생산하기 어렵다고 업계는 판단한다. 이런 상황에서 더 진일보한 기술인 5나노 공정을 활용한 신형 노트북 (칭윈 L540)을 공개한 것은, 미국의 기술 제재가 역으로 중국의 첨단 기술 자립 속도를 높이는 결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8월 말 공개한 화웨이 메이트60 프로. 사진=화웨이 홈페이지
지난 8월 말 공개한 화웨이 메이트60 프로. 사진=화웨이 홈페이지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미국의 접근 방식이 유효한지 면밀한 검토를 받고 있다"며 "화웨이의 새 노트북이 올여름 스마트폰에 있던 것(기린 9000S)보다 한 세대 더 나아간 칩을 탑재했다는 보도가 동요를 일으키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화웨이가 수출 규제 시행 전 5나노 칩을 비축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위청동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일 연례 컨퍼런스에서 "매우 선도적이고 혁신적이며 파괴적인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며 "계속해서 모두의 기대를 뛰어넘고 남들이 생각할 수도 없고 할 수 없는 일, 심지어는 감히 생각하지도 못하는 일들을 해나가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