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 만나보니…'독립 vs 통일'·'미중 대리전'에 선거-전쟁 상관관계 놓고 의견 분분
일각 "전쟁 운운, 정치인들 말일 뿐" 비판…"통일·독립 아닌 경제가 가장 중요" 목소리도
[대만 대선 D-30] ② "누가 돼도 전쟁 없을것 vs 우크라 보니 전쟁피할 후보 돼야"
"전쟁이 말처럼 쉬운 건 아닙니다.

"(가오 씨, 60대, 민진당 지지자)
"우크라전과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을 보니 전쟁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오 씨, 20대, 국민당 지지자)
"독립도 통일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경제입니다.

" (왕모씨 부부, 40대, 민중당 지지자)
내년 1월 13일 치러지는 차기 대만 총통 선거(대선)가 14일로 3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만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와 관련해 전쟁과 경제를 많이 언급했다.

현재 대만 대선은 독립·친미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 친중 성향 중국국민당(국민당) 허우유이 후보가 뚜렷한 '양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중도로 평가받는 대만민중당(민중당) 커원저 후보가 상당한 격차를 보이며 쫓아가는 양상이다.

[대만 대선 D-30] ② "누가 돼도 전쟁 없을것 vs 우크라 보니 전쟁피할 후보 돼야"
지난 9~10일 신베이시 정부 앞 광장과 대만 8대 야시장 중 하나인 타이베이시 랴오허 야시장 인근에서 만난 대만인들은 이번 선거가 독립 성향 친미 후보와 친중 후보간 '미중 대리전'으로 치러지고, 중국이 대만을 겨냥한 무력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거 결과와 양안(중국과 대만)간 전쟁의 상관관계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피력했다.

민진당 지지자라는 40대 택시기사 가오 씨는 "라이 후보가 당선되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국민당측은 주장)하지만 전쟁이 그렇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이 리덩후이 총통과 천수이볜 총통 집권 시절부터 지난 20여년 간 대만과 전쟁하겠다고 떠들었지만, 실제 행동은 없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다만 가오씨는 중국 군용기의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진입에 대만이 전투기 발진으로 대응하다 우발적 충돌로 '총을 닦다가 격발되는 일'(擦槍走火)이 발생할까 우려된다고는 했다.

그는 라이 후보가 국제적 시야와 함께 행정원장과 지자체장 및 입법위원(국회의원) 등을 역임해 능력이 제일 낫다고 강조했다.

대만 민주주의의 성지 남부 타이난에서 관광차 북부 지역에 온 40대 여성 리씨도 라이 후보가 과거 타이안 시장 시절 시정을 잘 이끌었다며 앞으로 대만인에 미래의 희망을 줄 수 있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리씨는 라이 후보가 당선되면 전쟁이 발발할 거라는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전쟁은 결국 '상호 도발' 여부에 달렸다며, 라이 후보 당선만으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아직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않아 정견발표회를 보고 투표하겠다고 밝힌 40대 여성 판모(전자업체 직원)씨도 "누가 총통에 당선되더라도 양안 간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당 지지자라고 밝힌 대학 4학년 자오씨는 기자에게 "양안이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전쟁만 일어나지 않게 하는 후보를 뽑을 것"이라며 "살아 있어야 민주주의도 있는 것이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 것을 보면서 전쟁은 꼭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만이 중국과 전쟁하면 현실적으로 이길 수 없다면서 전쟁을 초래하지 않고 평화를 이룰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회사원 황모(49)씨는 집권당인 민진당 정치가들이 권력을 너무 휘두르고 있다면서 자신은 허우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당이 집권하면 중국인이 몰려올 것이라는 민진당 주장은 일종의 '우민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라이 후보는 최근 유세에서 국민당 정권 시절인 2013년 6월 중국과 대만이 체결한 양안서비스무역협정(CSSTA)을 거론하면서 "이 협정을 체결하면 우리 생업을 모두 빼앗긴다.

(중국 사람) 모두가 몰려와 모든 길과 골목에 음식점을 열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씨는 대만 선거에서 3자 대결이 있었던 적이 여러 번 있었고, 그때 자기가 던진 표가 사표가 되는 걸 경험한 대만인들이 많았다면서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 사표가 될 후보를 포기하고 1·2위 후보 중 한 명으로 지지를 옮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약 2주 후면 이같은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도 했다.

전쟁이냐 아니냐, 독립이나 통일이냐 등 정치적 이슈보다는 먹고 사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자영업자인 40대 왕씨 부부는 "대미, 대중 관계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위험하다.

대만이 싱가포르처럼 중립 노선을 걷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커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씨는 특히 "독립도 통일도 중요하지 않고 경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진-국민당 양당 구조에 질렸다면서 지금은 다른 선택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왕씨의 아내 역시 국민당이 너무 오래 집권했었고, 민진당에 대한 사람들의 반대 목소리가 너무 큰 만큼 커 후보를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후보를 정하지 않았다면서 정견발표회를 보고 선택하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20대 대학원생 차이씨는 후보들이 어떤 정책을 가졌는지 발표하는 걸 보고 느낌이 오는 사람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총통의 자질로 책임감과 믿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후보자 선택에 있어 미중과 외교 관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함께 있던 차이씨의 친구는 그러나 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미중 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후보 능력을 보고 투표하겠다고 했다.

제조업 종사자인 40대 남성 한모씨도 아직 누구에게 투표할지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한씨는 20~40대는 정치적 색채가 적지만, 50대 이상 군인 출신 집안은 국민당을 지지하고, 45세 이상의 농업에 종사하는 경우에는 민진당을 지지하는 사례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선거에 무관심한 이들도 있었다.

40대 궈씨 부부는 "정치인은 말뿐이에요.

투표할 생각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 운운" 역시 정치가들의 말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70대인 훙씨 부부도 현재로선 투표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훙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대만 토박이인 '본성인'과 장제스를 따라 대만에 온 '외성인'(外省人) 간의 성향이 너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친구 사이에도 싸운다면서 아무래도 나이가 많은 이들은 친중 성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특정 후보 당선으로 인한 전쟁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일어나도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만 대선 D-30] ② "누가 돼도 전쟁 없을것 vs 우크라 보니 전쟁피할 후보 돼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