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 최수연 네이버 대표. 사진=카카오, 네이버 제공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 최수연 네이버 대표. 사진=카카오, 네이버 제공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카카오가 '구원 투수'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선택했다. 김범수 창업자가 인적쇄신 의지를 피력한 지 이틀 만이다.

카카오는 13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정신아대표를 단독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정 내정자는 내년 3월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된다. 최수연 대표가 이끄는 네이버와 함께 40대 여성 최고경영자(CEO) 시대가 열리게 됐다.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사내 공지를 통해 "경영쇄신위 주관으로 CEO 인사 테이블에서 사이먼(홍은택 카카오 대표의 영어 이름)과 다양한 분들의 의견을 들으며 중지를 모았다"며 "이사회 내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검증을 거쳐 새로운 카카오로 변화를 이끌 리더는 시나(정신아 대표의 영어 이름)가 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10여 년간 카카오벤처스의 성장을 이끌어온 시나는 커머스·핀테크·AI 등 기술 중심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다양한 섹터의 경험을 축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의 내실을 다지면서도 AI 중심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 또한 함께해 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다음과 합병 이후 주로 남성 공동대표 2명 체제를 유지해 왔다. '여성 단독 대표 체제'는 이번이 처음. SM엔터테인먼트 주식 시세조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의 빈자리를 염두한 결정으로도 풀이된다. 투자 전문 경영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사옥 '카카오 판교아지트'. 사진=허문찬기자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사옥 '카카오 판교아지트'. 사진=허문찬기자
1975년생인 정 내정자는 연세대에서 불어불문학과 경영학 학사를 받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과 마케팅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미시건대 로스 경영대학원 MBA 과정을 마치고 보스턴컨설팅그룹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eBay APAC HQ), 네이버를 거쳐 2014년 카카오의 투자전문 계열사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다. 2018년부터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맡아 인공지능(AI), 로봇, 모바일 플랫폼, 게임,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했다.

그는 카카오의 다양한 사업과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내정자는 올해 3월 카카오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했다. 지난 9월부터는 역할을 확대해 CA협의체 내 사업 부문 총괄을 맡고 있으며, 현재는 경영쇄신위 상임위원이다. 향후 내정자 신분으로서 쇄신TF장을 맡아 카카오의 실질적 쇄신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 세부 과제들을 챙길 계획이다.

신임 대표는 사회적 질타를 받고 있는 카카오의 강도 높은 쇄신 작업을 이끌고 신뢰 받는 기업으로 되돌려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 167개에 달하는 여러 계열사 정리 및 핵심 기술 투자 등 경영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입장에 섰다. 아울러 느슨한 내부 의사 결정 및 기업 문화 등 지적 사항에 대해서도 변화를 줄 전망이다.

정 내정자는 "중요한 시기에 새로운 리더십을 이어받게 되어 더없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성장만을 위한 자율경영이 아닌 적극적인 책임 경영을 실행하고, 미래 핵심사업 분야에 더욱 집중하겠다. 카카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에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카카오 사옥 외부 전경. 사진=카카오 제공
카카오 사옥 외부 전경. 사진=카카오 제공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