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불출마에…김기현, 결단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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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윤핵관 張 "나를 밟고 총선 승리해 尹정부 성공시켜달라"
김기현, 일정 돌연 취소한 뒤 잠행…일각선 당대표 사퇴 관측
3선 이상 31명 중진 '불출마·험지 출마' 등 후속 결단도 주목
김기현, 일정 돌연 취소한 뒤 잠행…일각선 당대표 사퇴 관측
3선 이상 31명 중진 '불출마·험지 출마' 등 후속 결단도 주목

친윤계 첫 불출마 선언
장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나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주길 부탁드린다”며 내년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윤계 핵심 인사 중 첫 불출마 선언이다.장 의원은 누구보다 윤 대통령 의중을 정확히 읽는 인사로 꼽힌다. 대선캠프 상황실장과 당선인 비서실장을 맡으며 윤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다.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는 이른바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를 통해 지지율이 한 자릿수였던 김 대표의 당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부산 사상에서 3선을 한 장 의원은 무소속 당선 이력이 있을 정도로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 이 때문에 올해 중순부터 불거진 불출마 관측을 극구 부인해왔다.
그런 장 의원이 돌연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여권 내 위기감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한 친윤계 핵심 인사는 “본인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은 장 의원 스스로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타이밍의 문제였을 뿐”이라고 했다.
‘장고’ 들어간 김기현
장 의원 불출마로 여권의 시선은 일제히 김 대표에게 쏠렸다. 장 의원과의 연대로 당권을 거머쥔 데다 혁신위가 제시한 혁신 대상에 우선 거론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개포동 구룡마을 연탄 나눔 봉사활동 일정을 전날 급작스레 취소한 채 잠행에 들어갔다. 여권 핵심 인사는 “장 의원이 불출마를 먼저 선언하면서 김 대표 입지가 곤란해졌다”며 “김 대표가 이번주 불출마나 수도권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고 했다.일각에선 당 대표직을 내려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불출마만으로는 ‘희생’ 이미지를 각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여권 관계자는 “김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한 뒤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대신 윤재옥 원내대표가 당 대표 대행을 맡는 방식으로 당이 재편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 ‘희생’ 주자 안 보이는 與
당내에선 김 대표가 결단을 내리더라도 추가로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선언할 차기 주자가 없어 쇄신 동력이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원조 친윤 인사인 권성동 의원은 일찍이 무소속 출마를 염두에 둔 채 지역구 관리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도 권 의원은 김기현 지도부에 기여한 바가 적어 장 의원과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또 다른 친윤계 인사인 박성민·배현진·박수영 의원 등은 초선에 불과해 불출마 명분이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31명의 국민의힘 3선 이상 중진 의원 중에서 불출마나 험지 출마 선언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현재까지는 부산 해운대갑에서 3선을 한 하태경 의원이 서울 종로구 출마를 선언한 게 전부다. 혁신 동력이 떨어질 경우 지도부 거취와 총선 주도권을 놓고 당내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대표 거취에 대한 입장을 놓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험지인 수도권·충청 의원들과 텃밭인 서울 강남권 및 영남 의원들로 정확히 양분된 상태다.
양길성/노경목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