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이름·수평 문화도 원점 검토 필요…'희생' 필요할 수도" 2년 10개월 만에 직원 만나 "구심력 강화 거버넌스 만들 것"
검찰 수사 등으로 위기에 놓인 카카오의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11일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운 카카오로 재탄생해야 한다며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김 창업자는 이날 오후 2시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본사에서 진행된 직원 간담회 '브라이언톡'에서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카카오를 설립해 크루(직원)들과 함께 카카오톡을 세상에 내놓은 지 14년이 되어간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창업자가 직원들과 직접 대화에 나선 것은 2021년 2월 말 재산 절반을 기부하기로 하고 사회 문제 해결 방안을 임직원들과 논의한 후 2년 10개월 만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직원 400여명이 참가했으며 약 1시간 30분 동안 20차례 이상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김 창업자는 "기술과 자본이 없어도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플랫폼 기업을 만들고자 했고, 이를 위해 열정과 비전을 가진 젊은 CEO들에게 권한을 위임해 마음껏 기업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성장 방정식이라고 생각했던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되고자 했으나 지금은 좋은 기업인지조차 의심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창업자는 "우리를 향한 기대치와 그 간극에서 발생하는 삐그덕대는 조짐을 '끓는 물 속의 개구리'처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된 데 대해 창업자로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 근본적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며 "새로운 배를 건조하는 마음가짐으로 과거 10년의 관성을 버리고 원점부터 새로 설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계열사마다 성장 속도가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인 자율 경영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며, 투자와 스톡옵션과 전적인 위임을 통해 계열사의 성장을 끌어냈던 방식에도 이별을 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창업자는 "카카오가 사회와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와 눈높이를 맞추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분적인 개선과 개편으로는 부족하다"며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운 카카오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쇄신위원장으로서 의지를 갖고 새로운 카카오로의 변화를 주도하고자 한다"며 "새로운 배의 용골을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계해 나가겠다.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창업자는 확장 중심의 경영전략을 리셋(초기화)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화할 수 있을지의 관점으로 모든 사업을 검토하고 숫자적 확장보다 부족한 내실을 다지고 사회의 신뢰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찾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 창업자는 "느슨한 자율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그룹 내 거버넌스도 개편 의지도 피력했다.
김 창업자는 카카오 기업 문화와 관련해, "현재와 미래에 걸맞은 우리만의 문화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영어 이름 사용, 정보 공유와 수평 문화 등까지 원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새로운 카카오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고,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지난한 과정이 될 수 있지만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 여정에 카카오와 계열사 크루 여러분들이 함께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고 당부했다.
이어 "저부터도 부족한 부분에 대한 날 선 질책도, 쇄신에 대한 의견도 모두 경청하겠다"며 경영진의 각오를 요청하면서 "모바일 시대에 사랑받았던 카카오가 AI 시대에도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김 창업자는 이날 오전 제7차 비상경영회의를 주재하고 카카오 공동체와 카카오모빌리티 등 계열사의 경영쇄신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자사 쇄신안에 대해 "(경영회의에서) 계속 논의와 공유를 하고 있다"며 "연내 (택시업계와의) 협의 내용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에 직원의 경영쇄신 참여와 인적쇄신을 요구해 온 카카오 노조는 내부 논의를 거쳐 12일 입장을 피력할 방침이다.
한편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회장단과 비상대책위원들은 이날 오전 11시 카카오 본사를 방문해 최근 다음 포털뉴스 검색 기본값이 전체 언론사에서 '콘텐츠 제휴 언론사'(CP)로 변경된 데 대해 차별적 조치라며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벌인 뒤 다음 CIC(사내독립기업)의 황유지 대표와 면담했다.
인공지능(AI)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가 등장했다. 웨이브는 국내 OTT 중 처음으로 ‘인공지능 컨택센터(AICC)’를 도입했다고 20일 발표했다.이날부터 웨이브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면 AI 음성 상담서비스 ‘웨이비’가 응대한다. 웨이비는 이용자 질문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필요한 정보를 곧장 제공한다. 해당 서비스는 음성 데이터 분석 및 활용에 특화됐다. 상담 대기시간을 줄이면서 이용자 만족도를 높일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웨이브는 AICC와 별개로 문자 정보에 친숙한 이용자를 위해 일대일 문의 게시판과 채팅 상담 채널은 계속 운영한다는 방침이다.이상진 웨이브 고객경험관리 리더는 “기존 상담센터에 쌓인 다양한 유형의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편리하고 빠르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AICC 서비스를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첨단 테크 및 사이언스 담당 이해성 기자입니다. 앞으로 퀀텀 솔러스(Quantum Solace)란 이름으로 온라인 고정 코너를 연재합니다. 100여 년 축적의 역사를 딛고 비상하는 양자(Quantum) 기술을 비롯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우주·항공, 방위산업, 원전·핵융합·수소 등 에너지, 첨단 로봇, AI·퀀텀 바이오 등 국가전략기술 전반을 깊게 다룰 예정입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엔비디아가 양자 컴퓨팅 발전을 위한 기술 제공을 목표로 미국 보스턴에 '엔비디아 가속 양자 연구센터(NVAQC)'를 설립한다고 20일 발표했다. 자사의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5'에서 밝힌 내용이다.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과 협업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양자컴퓨팅은 신약 개발부터 재료 개발에 이르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며 "다양한 양자 연구 커뮤니티와 협력해 쿠다(CUDA)-퀀텀 하이브리드 컴퓨팅을 발전시키고 유용한 대규모 가속 양자 컴퓨터를 만드는 데 획기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젠슨 황 CEO가 양자컴을 개발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엔비디아는 양자컴 가동에 필요한 소프트웨어(SW)인 쿠다-Q를 개발해왔다.엔비디아는 NVAQC에 참여하는 기업 또는 연구기관 소속 개발자들에게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하드웨어인 'GB200 NVL 랙스케일' 시스템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양자 시스템의 복잡한 시뮬레이션과 양자 오류 정정에 필수적인 '저지연 양자 하드웨어 제어 알고리즘'을 배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양자컴은 조합 최적화 등 특정 연산
셀트리온이 유럽 주요 5개국 중 하나인 이탈리아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앞세워 입찰 성과를 내고 있다.올해 1월 출시된 ‘스테키마’(성분명 우스테키누맙)가 2개월 만에 입찰 성과의 포문을 열었다. 셀트리온 이탈리아 법인은 최근 피에몬테(Piemonte) 및 발레다오스타(Valle d’Aosta), 리구리아(Liguria), 사르데냐(Sardegna) 등 4개 주정부에서 개최된 우스테키누맙 입찰에서 스테키마 수주에 성공했다. 해당 지역의 합산 규모는 이탈리아 우스테키누맙 시장의 약 10%로, 2028년까지 스테키마 공급이 이뤄질 예정이다.더불어 이탈리아 21개 주정부 가운데 핵심 지역인 라치오(Lazio), 롬바르디아(Lombardia) 및 움브리아(Umbria)에서 개최된 아달리무맙 입찰에서는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유플라이마’가 낙찰됐다. 이번 달부터 라치오 및 롬바르디아에는 향후 3년간, 움브리아에는 2년간 유플라이마가 공급될 예정이다.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유플라이마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이탈리아에서 4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지난 분기에 이어 처방 1위를 이어갔다. 특히 해당 분기에만 직전 대비 5%p 크게 상승하며 경쟁 제품과의 격차를 더욱 벌린 가운데, 이번 수주 성과가 반영될 경우 처방 1위 치료제로서 대체 불가능한 지위를 더욱 굳건히 할 전망이다.셀트리온을 대표하는 램시마 제품군에서도 수주 성과가 지속되고 있다. 먼저 국내 1호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등극한 ‘램시마’가 최근 움브리아주 입찰에서 낙찰에 성공하며 2027년까지 2년간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