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하게 처리한 1건, 사법부 신뢰 통째로 무너뜨릴 수 있다"
"공정한 인사제도 마련"…법원장추천제 등 변화 주목
조희대 취임…"재판 지연으로 국민 고통, 문제 실타래 풀 것"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11일 취임하면서 '재판 지연' 등 사법부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사법부는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며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는데도 법원이 이를 지키지 못해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세심하고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엉켜있는 문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구체적인 절차의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재판 제도와 법원 인력의 확충과 같은 큰 부분에 이르기까지 각종 문제점을 찾아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국민들은 흔히 '법대로 하자'라고 말한다"며 "헌법과 법률에 담긴 국민 전체의 뜻과 이에 따른 법관의 양심을 기준으로 선입견이나 치우침 없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불공정하게 처리한 사건이 평생 한 건밖에 없다는 것이 자랑거리가 아니라, 그 한 건이 사법부의 신뢰를 통째로 무너지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임 대법원장 체제 아래 개선 목소리가 높았던 법관 인사제도에 대해서는 "업무 환경의 변화를 세심히 살펴 효율적이면서도 공정한 인사 운영제도를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법관 증원은 말할 것도 없고 사법보좌관과 참여관 등 법원 공무원의 전문성과 역할을 강화할 방안도 함께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법원장후보추천제의 추천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하거나 고등법원 부장판사들도 지방법원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조 대법원장이 전면적인 개선에 나서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원장후보추천제는 일선 판사들이 추천한 사람을 법원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도입했으나 '인기투표'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법조일원화의 본격화에 대응하고 앞서 폐지된 고법부장 제도의 빈자리를 채워 법관들의 근로 의욕을 고취할 새로운 인사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조 대법원장은 이밖에 재판과 사법 정보의 공개 범위 확대, 사회적 약자의 사법 접근성 향상, 전자소송 및 지능형 사법 서비스 시스템 구축 등을 과제로 내걸었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식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그는 방명록에 '국민의 자유와 행복'이라는 글귀를 남겼다.

대법원은 이날 취임식 참석 인원을 170명 정도로 설정해 좌석을 배치했다.

전례에 비해 줄어든 숫자라고 한다.

오는 15일 법원장 회의가 예정된 점을 고려해 법원장 중에서는 윤준 서울고등법원장만 초청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 등도 취임식에 참석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사전환담 자리에서 조 대법원장을 접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