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머티즘 관절염 약 바리시티닙, 1형 당뇨병에도 효과"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바리시티닙(제품명 올루미언트)이 1형 당뇨병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류머티즘 관절염과 1형 당뇨병 공통점은 둘 다 자가면역 질환이라는 것이다.

자가 면역 질환은 면역체계가 자체의 기관, 조직, 세포를 외부 물질로 오인, 공격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노인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퇴행성 관절염(골관절염)과는 달리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가 팔목, 손가락, 발가락, 발목, 무릎 등 신체의 관절이 있는 부위를 공격해 발생한다.

1형 당뇨병은 면역체계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 세포를 공격, 인슐린이 아주 적게 혹은 거의 생산되지 않아 발생한다.

바리시티닙은 자가 면역과 염증을 유발하는 효소 야누스 키나제-2(JAK-2)를 억제하는 약으로 2018년 FDA로부터 중등도 내지 중증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호주 멜버른 세인트 빈센트 의학 연구소의 토머스 케이 교수 연구팀은 1형 당뇨병 진단 직후 바리시티닙 투여를 시작하면 췌장의 인슐린 분비가 유지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9일 보도했다.

1형 당뇨병 진단 후 100일이 지나지 않은 환자 91명(10~30세)을 대상으로 1년 동안 진행한 2상 임상시험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이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60명에게는 바리시티닙, 31명에게는 위약(placebo)을 48주간 투여했다.

임상시험은 이 두 그룹 중 누가 어느 그룹에 속하는지를 연구자와 환자가 모두 모르게 하는 이중맹(double-blind)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 환자들은 임상시험 내내 인슐린 치료를 계속 받았다.

결과는 바리시티닙 그룹이 인슐린 투여 용량이 대조군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슐린 치료가 완전히 필요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연구팀은 48주 후 인슐린 분비 능력 측정의 기준이 되는 식후 C-펩티드 혈중 수치를 측정했다.

그 결과 혈중 C-펩티드 평균 수치가 바리시티닙 그룹은 0.65 nmol/L/min, 대조군은 0.43 nmol/L/min로 나타났다.

이는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 능력이 보존돼 당뇨병의 진행이 억제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바리시티닙 그룹은 혈당 수치도 호전됐다.

혈당 변동성은 바리시티닙 그룹이 29.6%, 대조군 33.8%로 나타났다.

부작용은 빈도와 강도가 두 그룹 모두 비슷했다.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1형 당뇨병 초기에는 바리시티닙을 임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바리시티닙은 면역체계 조절과 염증에 관여하는 효소를 억제해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장의 베타 세포를 파괴하는 '폭주 면역반응'을 완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1형 당뇨병이 처음 진단됐을 때는 인슐린 생산 베타 세포가 아직 상당수 남아있기 때문에 바리시티닙이 베타세포가 더 파괴되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는지 임상시험을 통해 밝혀내고 싶었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 의학 전문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