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2023년 10대 기술’ 1위에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을 선정했다. 10~15년 안에 이 기술을 활용해 유전성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15년 안에 유전자 편집 기술로 만성질환 치료할 것"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유전자 편집 치료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환자 세포를 추출해 몸 밖에서 유전자를 편집한 뒤 넣어주는 방식과 몸속에 직접 유전자 편집 물질을 넣어주는 방식이다.

유전자 편집은 기술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면 ‘목표 유전자’ 외에 다른 유전자를 편집할 가능성이 있다. 몸 밖에서 편집하면 이런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몸 밖에서 편집해 투여하는 방식이 초기 단계 기술로 분류되는 이유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와 버텍스파마슈티컬스의 ‘카스게비’처럼 이전에 약이 없던 희소 유전질환 치료제 개발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직접 유전자 편집 물질을 넣는 치료제는 더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MIT 전망처럼 유전성 만성질환 등으로 치료 대상이 확대되면 유전자 편집 대중화 시대가 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망은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미국 바이오기업 버브테라퓨틱스는 지난달 미국심장협회에서 유전적 이유로 혈액 속에 나쁜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환자에게 유전자 편집 치료제를 투여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으로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평생 약을 먹어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조절되지 않던 환자가 특정 유전자(PCSK9)를 차단하는 주사를 맞은 뒤 약을 끊게 됐다. 미국 의료진은 “공상과학소설 같다”(마사 굴라티 미국 예방심장학회장), “좋은 방향으로 루비콘강을 건넜다”(표도르 우르노프 UC버클리 교수)고 평가했다.

글로벌 기업도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MIT와 미국 브로드연구소, 하버드대 등에서 기술 창업한 기업과 글로벌 제약사가 손잡는 협업이 활발하다. 일라이릴리는 지난 10월 말 버브의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후보물질을 확보하기 위해 6억달러(약 8000억원)를 추가 투입했다. 올해 6월 시작한 유전성 심혈관치료제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확대한 것이다. 지난해 미국 스크라이브테라퓨틱스의 기술을 도입한 프랑스 사노피는 최근 같은 회사와 최대 12억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다. 관련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올해 90억달러 규모인 세계 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2028년 239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