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코플라스마 폐렴·럼피스킨병 경계…남북관계 악화로 방역지원 불가
[장용훈의 한반도톡] 한·중 전염병 확산에 北긴장…공동대응 필요
사람과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전염병이 중국과 한국에서 확산하자 북한이 긴장하고 있다.

최근 학령기 아동과 젊은 성인에게 주로 발병하는 폐렴으로 북한에 비상이 걸렸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병이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유행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6일 중국 당국의 방역 통지문을 소개하고 빈틈없는 방역을 주문했다.

통지문은 중국에서 지난 10월부터 독감 바이러스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에 의한 감염 상황이 악화하고 있으며, 올겨울과 내년 봄에는 이들과 신형 코로나 등 호흡기성 감염병이 동시 유행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내용이다.

북한 당국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의 상륙 여부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통해 방역사업을 지속해 강조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6일 신천군 방역기동선전대 활동을 소개하면서 "겨울철에 발생할 수 있는 호흡기성 질병들의 증상과 그 예방 및 치료와 관련한 내용들을 깊이있게 반영하여 해설선전의 실효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북한은 식량 부족으로 주민 영양상태가 좋지 않고 의약품이 부족해 전파력이 강한 질병의 상륙에 사후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국경을 걸어 잠근 것도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인 셈이다.

국내 의학 전문가들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남한에도 들어온 만큼 이미 북한에도 상륙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장용훈의 한반도톡] 한·중 전염병 확산에 北긴장…공동대응 필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병원균뿐 아니라 가축을 대상으로 하는 전염병도 비상이다.

국내에서 전국적으로 확산하며 축산농가를 긴장시킨 소 럼피스킨병에 대한 경계다.

북한 주민이 청취하는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은 지난달 21일 "괴뢰지역에서 소 전염병 피해가 증대되고 있다"며 "불과 한 달 사이 소 전염병인 럼피스킨병 발생 건수가 100건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럼피스킨병은 북한과 인접한 강원도 철원과 고성에서도 발생했다.

모기 등 흡혈 곤충을 매개로 소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이어서 국경을 넘어 북한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만, 이 병은 폐사율이 10%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고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닌 만큼 북한에서는 병에 걸린 소라도 살처분하지 않고 식용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여 큰 어려움으로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겨울철 들어 일본과 남한의 남부지역 등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북한의 긴장도를 높일 전망이다.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최근 핀란드나 캄보디아 등 다른 나라의 AI 발병 소식을 전하면서 주민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장용훈의 한반도톡] 한·중 전염병 확산에 北긴장…공동대응 필요
이처럼 남한이나 북한에서 발생하는 사람과 가축을 대상으로 한 전염병은 남북한 국경을 넘나들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2017년과 2011년 남쪽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북한 지역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됐고, 이에 앞선 2007년 북한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는 남쪽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해 남북 접촉과 함께 북한에 대한 방역물자 지원이 있었다.

경기도 접경지역에서 모기를 매개로 발생하는 말라리아의 근원도 북한지역으로 지목된다.

경기도는 오랜 기간 북한 지역의 말라리아 퇴치 지원사업을 벌여 남쪽으로 확산하는 근원을 없애는 노력을 해왔다.

올해 들어 11월 말 현재 국내 말라리아 환자는 739명으로, 2011년(826명)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역별로는 경기 432명, 인천 125명, 서울 93명 등 수도권이 650명으로 전체의 88%를 차지했다.

여기엔 악화한 남북 관계로 방역 지원이 어려웠던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군사분계선이 존재하지만, 남북한의 영토는 이어져 있어서 북한의 감염병은 언제든 남하할 수 있다"며 "남쪽에 미칠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도 보건의료 및 수의방역 분야에서 남북 간의 협력은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