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Fed 의장이 남자 속옷에 주목한 이유
립스틱은 불황이 오면 더 잘 팔린다고 한다. 경기가 고꾸라지면 값비싼 보석이나 명품 가방을 포기하는 대신 부담이 덜한 립스틱으로 기분을 내려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주머니가 얇아져도 자존감을 충족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경기와 립스틱 판매량 사이의 상관관계는 ‘립스틱 지수’로 불리며 불황을 내다보는 지표 중 하나가 됐다. 립스틱 지수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마스크를 쓰면서 정확도가 떨어지자 이제는 ‘매니큐어 지수’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최근 출간된 <감정 경제학>은 이처럼 “경제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사람의 감정”이라고 진단한다.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조원경 UNIST(울산과학기술원) 교수가 썼다. 조 교수는 “감정에 대한 이해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기업인과 투자자, 소비자들한테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한다. 남성에게도 립스틱 같은 지표가 있을까.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은 남성의 팬티에 주목했다. 불경기엔 남들에게 보여줄 일 없는 속옷부터 덜 산다는 이유에서다.

책은 여러 사례를 통해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경제학 원리들을 소개한다. 특정 주제를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20개 주제에 대한 학계의 다양한 논의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부담 없이 경제 원리에 접근할 수 있는 입문서로 적당한 책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