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하면, 떠오르는 기업이 있어요. BTS를 키워낸 하이브, 불닭볶음면으로 라면 열풍을 일으킨 삼양식품, K뷰티의 주역 아모레퍼시픽 등등 많이 있을텐데 이 회사를 빼놓고선 한류를 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스카 4관왕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의 투자와 배급을 맡았고요, 만두를 비롯해서 비빔밥과 김치 같은 한국 음식을 수출해 K푸드 원조로 불리기도 하고, '쇼미더머니', '프로듀스101' 같은 음악 경연의 대명사가 된 회사죠. 그렇습니다. 한류의 대장 기업이라 할 수 있는 CJ 입니다.

한류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어서 미국의 빌보드뮤직 어워드에 K팝 부문이 신설되기도 했고요, 넷플릭스에선 '피지컬100' 같은 리얼리티 쇼부터 '더 글로리' 같은 드라마까지 한국 콘텐츠가 인기 순위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류 덕분에 CJ도 당연히 잘 나가겠다, 하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많이들 아시겠지만, CJ는 지금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우선 주력 계열사들이 돈을 잘 못 벌고 있고, 심지어 적자까지 내는 회사도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잘 못된 것인지, CJ가 처한 위기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지 이번 대기만's는 K컬처, K푸드 다 갖고도 회사 존립을 위협받고 있는 CJ입니다.
K푸드・K컬처 다 갖고도…CJ, 왜 위기일까
CJ그룹은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장남, 이맹희 회장이 세웠다기 보다는 물려 받은 회사죠. 원래 이맹희 회장은 삼성의 유력한 후계자였습니다. 삼성 그룹을 승계받을 뻔 했어요. 장남이기도 했고, 삼성전자와 물산, 제일제당 같은 그룹의 주력 계열사 경영에도 두루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그 유명한 사카린 밀수 사건, 혹은 한비사건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이 사건을 계기로 후계 구도에서 완전히 밀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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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아주 간략하게 설명하면, 삼성 같은 대기업이 왜 그랬는지 지금도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는데 1966년 사카린을 밀수한 게 발각됐고 이게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자 이병철 회장이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이후에 장남인 이맹희 회장이 총수 역할을 하는 일종의 대리청정 체제로 삼성이 잠시 전환을 하는데요.

근데, 권력을 잡고 나면 사람이, 혹은 상황이 바뀔 때가 많잖아요. 이맹희 회장이 아버지를 대신해서 '바지 사장' 역할을 한 게 아니라, 진짜 제대로 한번 경영을 해보겠다는 식으로 나가니까, 이병철 회장과 자꾸 충돌하게 되고, 이병철 회장이 불편한 내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맹희 회장이 자기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급기야 부자 간 사이가 멀어져 의절하는 수준까지 갑니다. 결국 경영에 복귀한 이병철 회장이 이맹희 회장을 그룹에서 축출하고요, 경영권을 삼남 이건희 회장에게 넘겨주는 것으로 부자 간의 분쟁은 끝이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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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회장은 1987년 세상을 떠났는데 죽을까지 장남인 이맹희 회장과 화해하지 않았고요. 그래도 장손인 이재현 회장은 맘에 걸렸는지, 유산으로 이재현 회장에게 제일제당을 떼어준 게 CJ 그룹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해서 지금의 CJ그룹은 이맹희 회장이 일군 게 아니라 제일제당을 기반으로 이재현 회장이 만든 것이죠.

이재현 회장 입장에선, 아버지가 삼성 왕조에서 내쳐지고, 본인 몫으로도 삼성전자 이런 큰 회사가 아니라 설탕 만드는 제일제당을 받았으니까 회사를 삼성 버금가도록 키우고 싶은 열망에 불타 올랐을 것 같아요. 복수는 나의 힘이잖아요. 회사 키우는 게 이재현 회장 입장에선 복수가 되겠죠. 그래서 진짜 죽도록 열심히 일했다고 합니다. 설탕 만으론 한계가 있으니까 신규 사업을 엄청나게 벌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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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삼성에서 떨어져 나와서, 곧바로 1994년에 레스토랑 사업, 지금 CJ푸드빌에서 하고 있는데, 외식사업을 시작하고, 그 연관 사업인 구내식당, 이건 현재 CJ프레지웨이가 하는데요. 이 사업도 시작합니다. 1995년에는 세계 영화사에 남는 일을 하나 벌이는데, 영화 ET와 쥬라기공원으로 당시 세계 최고 감독의 반열에 올라선 스티븐 스필버그의 드림웍스에 3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4000억원을 투자를 해서 큰 주목을 받게 됩니다.

지금도 4000억원은 굉장히 큰 돈인데요, 이 땐 더 엄청난 돈이었어요. 제일제당 매출이 당시에 연간 1조8000억원쯤 했는데요, 그럼 20% 가량 됩니다. 작년 제일제당 매출이 40조원이니까 그 20%면, 8조원이나 하죠. 물론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 그만큼 당시에 큰 결단을 했다는 얘깁니다.

어쨌든 이 때 영화 사업에 진출했고, 1996년에는 지금의 CGV죠, 영화관 사업도 벌입니다. 또 1997년 지금의 ENM을 있게 해 준 미디어 사업을 시작했고, 지금은 팔았지만 파리바게트의 영원한 경쟁자 뚜레쥬르도 론칭을 합니다. 현재 CJ의 주력 사업인 식품, 미디어, 극장, 단체급식, 화장품 유통 같은 사업들 대부분 1990년대에 시작된 것이었어요. 이렇게 이재현 회장이 이를 박박 갈아서 CJ를 재계 13위의 대기업으로 올려 놓습니다.

그런데, CJ가 어렵다고 했잖아요. CJ가 하는 사업의 룰이 완전히 바뀌어서 그렇습니다. 사실 CJ그룹 사업들이 원래는 다 내수용이었든요. 우리끼리 싸워서 잘 하면 됐어요. 그런데 이제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과 싸워서 이겨야 합니다. 우선 넷플릭스가 컸어요. CJ는 ENM을 통해서 기생충, 미스터선샤인 같은 영화와 드라마의 한류를 일으켰는데. 이런 한류 콘텐츠를 단순히 제작하는 것 뿐 아니라 유통하는 역할, 그러니까 플랫폼 역할까지 하는 게 CJ의 원대한 꿈이었죠. 그래서 OTT 플랫폼 '티빙'을 2010년 야심차게 출범시키고, 넷플릭스와 경쟁에 나서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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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CJ 경영진이라도 베팅 할 만 했을 것 같아요. CJ의 콘텐츠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이잖아요. 영화로는 설국열차, 아가씨, 헤어질결심 같은 나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 받는 작품이 여럿 있었고 드라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비롯해 슬기로운 시리즈와 도깨비, 사랑의불시착, 겟마을차차차, 슈룹 같은 수많은 히트작이 있으니까요.
K푸드・K컬처 다 갖고도…CJ, 왜 위기일까
여기에 jtbc 콘텐츠도 들어가 있어서 재벌집막내아들, 부부의세계, 스카이캐슬, 이태원 클라쓰 같은 jtbc와 콘텐트리중앙의 드라마, 영화까지 넣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에는 당해 낼 수가 없었죠.
심지어 디즈니조차도, 여긴 기존 디즈니 애니메이션 뿐 아니라 마블과 스타워즈, 아바타 군단까지 넣었는데도
넷플릭스란 벽에 부딪혀서 엄청나게 고전하고 있는데, CJ가 제 아무리 한류 콘텐츠로 승부한다 해도 이걸 넘어설 수가 없는 겁니다.

2023년 8월 기준 국내 OTT 시장에서 1등은 당연히 넷플릭스인데요, 사용자수가 1223만명에 달합니다. 티빙은 약 540만명으로 쿠팡플레에도 밀려서 3등이고, 디즈니 플러스는 한국에선 좀 인기가 없어서 5등이죠. 물론 쿠팡플레이는 쿠팡의 멤버십 와우클럽 가입자가 그냥 볼 수 있기 때문에 가입만 하고 안 보는 허수가 좀 많이 들어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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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보는 시간으로 하면 티빙이 넷플릭스 다음으로 2등입니다. '2등이면 괜찮네'하는 생각을 하실 수 있는데, 이런 플랫폼 사업에선 1등과 2등은 어마어마한 차이거든요. 티빙이 2등 해서 돈 좀 버나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적자가 너무 많이 나고 있어요. 매출은 계속 늘고 있지만, 이에 비례해서 손실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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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적자가 1200억원을 넘어서 계속 돈을 퍼넣어줘야 하는 상황에 이릅니다. KT가 운영하던 OTT 서비스 시즌에, 미국 파라마운트 플러스까지 넣은 것도 모자라서 최근에는 SK그룹의 OTT 웨이브까지 합치겠다고 나서고 있어요. 결과가 어떻게 날 진 모르겠지만, CJ는 노선을 확실히 정한 듯 보이죠. 넷플릭스의 하청 제작사로 살아 가느니, 넷플릭스와 제대로 한판 붙어보고 지면 장렬히 전사하겠다, 이런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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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만도 한게 CJ가 티빙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원래 CJ 하면 tvN, 엠넷, OCN 같은 TV 채널을 갖고 있는데
이런 채널의 주된 매출은 광고잖아요. 광고주들이 과거에는 지상파나 tvN 같은 곳에 줄서서 광고했는데, 지금은 아니죠.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으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CJ가 넷플릭스에 밀리면, 이런 채널 경쟁력도 그만큼 낮아지는 것이니까 버릴수가 없는 겁니다.

여기에 하나 더 있습니다. 극장 사업, 바로 CGV까지 얽혀 있어요. 극장 사업은 코로나 탓에 엄청나게 힘들었어요. 연간 2조원 가까운 매출을 냈는데, 코로나 발생 첫 해인 2020년 5000억원 대로 뚝 떨어졌고요 그 해 당기 순손실이 무려 7000억원을 넘어갑니다. 매출은 이후에 조금씩 회복은 했는데 그래도 적자는 계속 나서 2021년에도 3000억원대, 2022년에는 2000억원대 손실을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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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회복을 하겠지, 올해는 엔데믹이었으니까요. 이제 극장도 가고 회식도 하고 다 하니까 매출도 예년 만큼 나오고 이익도 확 늘어야 하는데 근데, 올 들어 3분기까지, 그러니까 1월부터 9월까지 실적이 나왔는데, 매출은 그래도 좀 올랐어요. 1조2000억원. 이게 작년 연간 수준을 넘었습니다. 9개월 만에. 근데, 이익은 여전히 안 나서 820억원 적자. 코로나 때 사람들이 집에서 넷플릭스 엄청 봤는데, 그래서 넷플릭스가 엄청나게 성장해서 영화, 드라마를 다 잡아먹어서 극장에 사람들이 굳이 갈 필요를 못 느끼게 된거죠. 요즘 TV 엄청 잘 나오잖아요. 80인치도 100만원대에 살수 있고.

근데 영화 티켓값은 또 엄청 올라서 영화 한 편 보는데 1만4000원잖아요. 이게 코로나 전에는 1만원이었습니다. 넷플릭스 스탠다드 요금이 1만3500원이니까, 영화 한 편 보느니 넷플릭스 한달치 결제하는 게 가성비 면에선 훨씬 나을 수 있죠. 이게 또 4DX, 아이맥스 이런 특수관들이 많이 생겨서 이런데서 보면 2만원도 넘고, 누워서 보는 이런데 가면 5만원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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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영화는 극장에서 꼭 봐야 한다는 분들도 많은데, 이런 분들이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봐도 점점 줄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 극장 체인들도 다 죽고 있거든요. 미국 멀티플렉스 2위 업체 시네월드가 작년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요, AMG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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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가 힘들어 진 또다른 이유는 온라인 쇼핑의 부상 때문입니다. 특히 쿠팡이 커진 게 CJ 입장에선 악재가 됐어요. CJ는 식품 시장에서 엄청난 강자인데요, 과거 롯데, 신세계, 현대 같은 막강한 유통사가 있을 때도 '갑'의 위치에 있었어요. 예를 들어 이마트에서 햇반 좀 싸게 달라고 해도, 절대 헐값에는 안 팔았고요 비비고 만두 같은 것은 찾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오히려 주면 고마울 정도였어요.

그런데 쿠팡이란 놈이 나타나서 가격을 후려 칩니다. 쿠팡이 논리는 단순한데 강력했죠. 싸게 내놔라, 대신 엄청 많이 팔아줄게. CJ 입장에선 이 쿠팡이란 놈이 롯데, 이마트 이런데 다 잡아먹고 유통 시장에서 엄청난 강자가 되니까 무시할 수 없어서 싸게 주다가 이렇게 팔면 결국에는 남는 것도 없이 쿠팡만 좋은 일 시키겠다는 생각을 하죠. 고심 끝에 CJ는 작년 11월부터 쿠팡에 햇반, 비비고를 다 뺍니다. 대신 이마트, 네이버 이런 곳과 손을 잡고 싸우고는 있는데, 쿠팡의 위상이 날로 커지고 있어서 고민이 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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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해외에서 많이 팔면 되는데, 해외 쪽도 매출이 팍팍 늘고 그러진 않고 있어요. 분기당 1조300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죠. 이게 금액적으로 봤을 땐 많긴 한데, 성장률로 봤을 땐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이에 비해 불닭 시리즈로 유명한 삼양식품의 경우, 수출액이 팍팍 늘고 있습니다. 작년 1분기에 1000억원 수준이던 게 올 3분기에 2000억원을 넘었어요. 요즘 K푸드 열풍은 라면이 주도하고 있다는 말이 그래서 나옵니다. K푸드의 장본인인 CJ가 정작 요즘 라면 열풍에서 소외돼 있다는 게 아이러니 같기도 합니다.
K푸드・K컬처 다 갖고도…CJ, 왜 위기일까
쿠팡이 CJ 입장에선 얄미운게, 아니 엄청 위협적인 게 로켓배송으로 그룹의 캐시카우인 대한통운까지 위협하고 있어요.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질수록 택배가 많아지고, 그럼 가장 큰 혜택을 누려야 하는 게 택배 1위 대한통운인데요. 근데, 대한통운의 실적은 '의외로' 평탄합니다. 작년 매출은 12조원, 영업이익은 4000억원으로 괜찮긴 한데 이게 과거 실적과 비교해 보면 폭발적인 성장이라고 말하긴 힘들잖아요. 그 이유가 쿠팡 때문인 것으로 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쿠팡은 자기들이 물건 직접 사서, 자기들 창고에 넣어 놨다가, 자기들 택배 차로 배송을 해주고 있죠. 이 물량이 원래는 네이버나 G마켓, 11번가 같은 곳에서 했으면 대한통운에 상당 부분 왔어야 하는데 쿠팡에서 다 처리해서 안 갔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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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쿠팡은 자기들에 입점해서 물건 파는 업체들, 이걸 서드파티라고 부르던데, 이런 서드파티 상품도 자기들이 창고에 넣어주고, 배송도 해주고 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죠. 한마디로 택배 사업을 한다는 얘깁니다. 쿠팡이 전국에 창고 무진장 짓고, 택배 배송 뿐 아니라 쿠팡 플렉스니 뭐니 개인 알바까지 다 동원시켜서 물건 가져다 주면, 대한통운을 집어 삼킬 가능성이 당연히 있습니다.

쿠팡은 여기에 아까 OTT 시장 2위라고 했잖아요. 가입자 수만 보면 티빙보다 더 많을 정도인데요. 그냥 가입자 수만 많고 안 보면 별 것 아닐텐데, 넷플릭스나 티빙에서 보기 힘든 해외 축구나 SNL코리아 같은 특화 콘텐츠로 팬덤을 형성하는 게 무섭죠. 드라마, 영화는 좀 밀려도 나름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어요.
K푸드・K컬처 다 갖고도…CJ, 왜 위기일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넷플릭스도 그렇지만, 쿠팡과의 악연은 끝이 없습니다. 쿠팡이 CJ올리브영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는데, 이게 잘못되면 CJ는 최대 6000억원 가까운 과징금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쿠팡이 요즘 주력하는 분야 중 하나가 화장품인데요, 올리브영이 자기들과 거래하는 화장품 회사에 "너 쿠팡에 물건 주면 우리와 거래 끊거나, 불이익을 주겠다"고 갑질을 했다는 게 쿠팡의 주장입니다. CJ는 올리브영의 상장을 계획하고 있고, 그룹 전체적으로 자금난에 빠져 있는데 쿠팡이 이렇게 딴지를 걸어서 정말 수 천억원대 과징금을 맞기라도 한다면 엄청난 타격이 있을 수 있습니다.
K푸드・K컬처 다 갖고도…CJ, 왜 위기일까
CJ가 처한 여러 난관은 이것 말고도 많아요. CJ ENM은 엠넷을 통해 K팝을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하고, 또 하이브 처럼 아이돌을 발굴하고 기획하는 사업도 하는데 이걸 더 발전시켜서 대규모 공연장을 직접 짓고 K팝의 성지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이 K팝의 성지, 이걸 CJ라이브시티라고 하는데, 이걸 경기도 고양에 짓는 중입니다. 문제는 지어주는 건설사, 한화건설 쪽에서 인플레션을 빌미로 건설비를 엄청 올려달라 하고, ENM은 적자라 돈이 없고 이런 상황이라 공사 조금 하다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K푸드・K컬처 다 갖고도…CJ, 왜 위기일까
이게 총 사업비가 1조8000억원이나 들어가는 엄청난 프로젝트인데요, CJ 입장에선 여기다 돈 다 넣다가 쫄딱 망할수도 있거든요. 정부나 지자체가 이 사업을 어떻게든 정상화 하고 싶어해서 CJ 입장에선 좀 뻗대다가 정부 지원이나 혜택을 받아내려는 전략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고 있습니다. 요즘 하이브, 에스엠, JYP 이런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K팝 인기 덕분에 엄청 잘 나간다는데, CJ ENM은 돈 없어서 공연장도 못 짓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 같기도 합니다.

이재현 회장은 2010년 CJ 그룹의 향후 10년 비전을 제시하면서 그룹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고, 그 70%를 해외에서 거두겠다고 했는데 끝내 이 목표는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2020년 CJ그룹의 매출은 32조원에 그쳤죠. 하지만 이재현 회장과 CJ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이 회사는 분명합니다. 자신들이 하는 분야에선 선도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압도적으로 잘 하겠다. 만약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 그 사업은 안 하고 만다. 베이커리, 제약 사업 등을 정리한 것도 이런 맥락이었습니다.

하지만 잘 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투자해서 끝을 보는 스타일인데, 과연 티빙과 CGV, 식품 사업에선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지 눈여겨 보겠습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