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행사 '파티' 자제 요청에 '미봉책' 지적 나와…정부는 정치자금법 개정 미온적
日기시다, 여당 '비자금' 의혹에 뒷북 대응만…해결책 없어 곤혹
내각 지지율이 '퇴진 위기' 수준인 20%대까지 떨어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집권 자민당 파벌의 비자금 조성 혐의라는 난제를 만났지만 '뒷북 대응'만 하는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고 현지 언론이 7일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전날 자민당 본부에서 간부 회의를 개최한 뒤 총리관저에서 취재진과 만나 각 파벌에 정치자금 모금을 위한 행사인 이른바 '파티'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신뢰 회복을 위한 대응을 내놓을 때까지는 (파티를) 자제할 것을 합의했다"며 파벌 송년회와 신년회도 자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당내 각 파벌에 '파티 자제'를 요청한 배경에는 도쿄지방검찰청 특수부가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정식 명칭 '세이와정책연구회')의 비자금 조성 혐의 수사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참석차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방문했을 때 아베파 비자금 의혹이 일파만파 번졌음에도 지난 3일 귀국 이후 뚜렷한 대책을 발표하지 않다가 전날에야 '파티 자제'를 언급했다.

하지만 '파티 자제'는 미봉책이자 궁여지책에 불과하다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파벌에 속하지 않은 한 자민당 중진 인사도 신문에 "국민 인식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기시다 총리가 '파티 자제' 기한을 정하지 않은 데에는 파티가 파벌의 중요한 수입원이라는 현실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짚었다.

이번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으로 20만엔(약 180만원) 이하 파티권을 구매한 사람은 이름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정치자금규정법' 개정이 거론되고 있지만, 정부 내에서는 불법 행위가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강하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자민당 내부에서 당분간은 '파티 자제' 이상의 카드는 찾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한편에서는 대응이 늦을수록 상황이 악화한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베파는 2018∼2022년에 정치자금 모금 행사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매한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 자금을 돌려줬지만, 이를 회계 처리에 공식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비자금으로 활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아베파 회계 담당 직원은 검찰에 "(파티권) 수입 일부를 의원 측에 돌려줬다는 사실을 사무총장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가을부터 약 2년간 아베파 사무총장을 지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최근 정례 기자회견에서 비자금 의혹 관련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으나, 구체적인 해명을 하지 않은 채 답변을 피하고 있다.

기시다 내각에는 마쓰노 장관을 포함해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미야시타 이치로 농림수산상, 스즈키 준지 총무상 등 아베파 소속 각료가 4명 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정권의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관련 인사와 만남에 관한 기자 질문에 "제가 옛 통일교와 관계를 가졌다는 지적은 맞지 않는다"고 거듭 의혹을 부인했다.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정조회장을 맡고 있을 때인 2019년 10월 일본을 방문한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과 만났으며, 이 자리에 동석한 가정연합 유관 단체인 천주평화연합(UPF) 인사와 명함을 교환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기시다 총리는 깅리치 전 의장과 만남 당시 가정연합 측 인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동석자 정체를 인지하지 못했다며 가정연합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