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에 ‘무임승차’하는 피부양자 범위를 줄인다. 가족 내에 단 한 명의 직장 가입자만 있어도 배우자, 가입자와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까지 ‘공짜’로 건보 혜택을 주는 현행 제도를 손보지 않고선 건보 재정 악화를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올해 말 결과 도출을 목표로 ‘피부양자 인정기준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한국의 피부양자 인정 기준이 보험료 부과의 공정성과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적정한지 검토해 개선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연구의 핵심 과제다.

건보 가입자는 직장 가입자와 피부양자, 지역 가입자로 나뉜다. 피부양자는 직장에 다니는 자녀나 가족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으로 보험료 부담 없이 혜택을 받는 만큼 무임승차 논란이 많았다.

작년 말 기준 전체 건보 가입자는 5141만 명인데 이 중 피부양자는 1703만9000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33.1%에 달했다. 보험료를 부담하는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는 각각 1959만4000명, 1477만7000명이다.

피부양자는 소득·재산이 일정 수준 이하여야 하고, 사업소득이 있으면 피부양자에서 무조건 탈락한다. 그럼에도 피부양자가 지역 가입자보다 많은 이유는 피부양자가 될 수 있는 범위 자체가 넓은 영향이 크다. 한 사람이 직장에 다니면 배우자, 부모, 자녀뿐 아니라 형제·자매, 조부모와 외조부모, 장인·장모 또는 시부모까지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복지부가 이달 향후 5년간의 건보 개편 방안을 담은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하기로 하면서 피부양자 인정 범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피부양자 범위를 배우자와 미성년 직계비속, 일부 직계존속으로 단계적으로 축소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성인 자녀와 형제·자매 등은 점진적으로 피부양자 대상에서 빼자는 것이다. 내년부터 구조적으로 적자 상태에 빠져 2028년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건보 재정을 안정화하기 위해선 피부양자를 줄이는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피부양자 축소가 단기간에 정책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당장 적극적으로 나서기엔 정치적 부담이 큰 이슈라는 것이 정부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보 개편과 관련한 제시된 다양한 아이디어의 하나로 피부양자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