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국민투표 이어 '속전속결' 후속조치에 영토분쟁 격화
"내년 대선 앞둔 지지층 결집 시도"…美, 석유제재 재도입 시사
베네수엘라 "가이아나 석유탐사 추진"…가이아나 "유엔에 SOS"
베네수엘라가 이웃나라 가이아나의 석유 매장지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국민투표를 통과시킨 데 이어 속전속결로 석유 탐사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양국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에세퀴보강 서쪽 15만9천500㎢ 지역에 신설할 예정인 과야나 에세키바주에서 석유 탐사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가이아나 땅인 해당 지역은 금과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자원이 다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 크기와 비슷한 가이아나의 총 국토 면적(21만㎢)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며, 가이아나 전체 인구(80만 명) 중 12만5천여 명이 살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이곳에서 해상 석유와 가스가 발견되자 영유권을 주장해오다 지난 3일 국민투표를 실시, 전체의 95% 지지로 이 지역을 자국 영토로 편입하기로 했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지난 1일 베네수엘라에 "가이아나 주권을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도 자제하라"고 명령했으나, 베네수엘라는 국민투표에서 ICJ의 재판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날 마두로 대통령은 석유 탐사를 위해 국영 석유회사 PDVSA와 국영 철강회사 CVG에 관련 부서를 만들고, 관련 면허를 즉시 발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해당 지역 해상에서 활동 중인 기업에는 3개월 내에 떠나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 곳 해역서는 엑손모빌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2019년부터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가이아나는 지난 9월 해당 수역의 탐사 허가권을 두고 신규 입찰을 시작했다.

다만, 마두로 대통령은 "분쟁 지역을 위해 군대를 창설할 것이지만 해당 부대는 이웃하는 베네수엘라의 주에 주둔할 것"이라며 즉각적인 군사 행동에 대해선 거리를 뒀다.

가이아나는 베네수엘라가 국민투표 이후 추가 조처에 나설 경우 유엔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닐 난들랄 법무부 장관은 AFP에 "이번 베네수엘라의 투표 이후 어떤 조처나 관련 시도가 있을 경우 피해 당사자로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를 위한 군사 행동을 허용하는 내용의 유엔 헌장 41조와 42조를 언급하면서 "유엔 안보리는 ICJ의 명령 집행을 지원하기 위해 회원국의 무력 사용을 승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컨설팅기업 테네오홀딩스의 니콜라스 왓슨은 이번 영토 분쟁이 내년 대선을 앞둔 마두로 대통령의 지지층 결집을 위한 시도의 성격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번 국민투표의 투표율이 50%에 육박했다는 정부의 공식 발표와 달리 실제 투표 열기가 저조했던 점으로 볼 때 이번 시도가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석유 수출 금지 제재의 재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0월 제재 완화의 조건으로 마두로 행정부에 대해 야당 후보에 대한 공직 금지 조처를 해제하고 정치범과 부당 구금된 미국인을 석방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 같은 조처가 제대로 이행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니콜스 미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는 "우리는 보다 민주적이고 번영하며 안전한 베네수엘라를 위한 여건 조성과 관련해 마두로 행정부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2018년 마두로 대통령 재선을 둘러싼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2019년 베네수엘라에서 미국으로의 석유 수출을 중단하는 제재를 가했다.

베네수엘라 "가이아나 석유탐사 추진"…가이아나 "유엔에 SOS"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