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필리포스와 알렉산드로스'
알렉산드로스 대왕 이전에 아버지 필리포스가 있었다
태종은 조선의 기틀을 다졌다.

그는 정적들을 모두 제거하며 왕권을 강화했다.

세종이 즉위했을 때, 적어도 그에게는 정치적 걸림돌이 없었다.

세종이 즉위 초부터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역사에서 '만약'을 붙이는 것만큼 허무한 일도 없지만, 만약 태종이 없었다면 천재였던 세종도 초반에는 힘겨운 시절을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

부친 덕을 봤다는 점에서 정복왕 알렉산드로스대왕도 세종대왕과 비슷하다.

알렉산드로스의 아버지 필리포스가 23세 때 즉위했을 때 소국 마케도니아는 내부 분열과 외적의 침입에 시달리고 있었다.

마케도니아 왕가는 헤라클레스의 자손이라 주장했지만, 문명국 그리스의 무시를 당했고, 인접 국가인 트라키아·일리리아 등에 패하기 일쑤였다.

어린 시절 그리스 테베의 인질로 잡혀간 필리포스는 테베의 명장 에파메이논다스의 영향을 받았다.

효율적인 전쟁 수행 능력과 군사작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특히 그의 "절제, 정의, 아량, 친절"을 본받고 싶어 했다고 한다.

에파메이논다스는 그런 측면에서 탁월했다.

인질 생활을 끝낸 후 마케도니아로 돌아가 왕이 된 필리포스는 개혁을 단행했다.

6m 크기의 긴 창인 '사리사'를 고안했고, 중보병 '팔랑크스'를 정비했다.

그는 해체 위기에 처한 왕국을 재건하고, 숙적 테베에 복수했다.

그는 불패의 군을 양성해 점점 그리스의 실권을 장악해갔으며 페르시아 원정의 밑거름도 놓았다.

그는 범 그리스 연합군 지도자로 추대됐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이전에 아버지 필리포스가 있었다
알렉산드로스는 그런 아버지의 모든 것을 물려받았다.

그는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성급했지만 자신감이 넘쳤다.

원로들의 지혜를 거스르기 일쑤였으나 거의 언제나 그의 말이 맞았다.

그는 페르시아를 점령하고, 힌두쿠시산맥을 넘어 오늘날 파키스탄으로 진군해 아드리아해에서 인도까지 뻗은 대제국을 일궈냈다.

영국 역사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에이드리언 골즈워디가 쓴 '필리포스와 알렉산드로스'(책과함께)는 4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대제국을 세운 마케도니아의 두 왕을 조명한 책이다.

특히 그간 아들에 견줘 주목받지 받지 못했던 필리포스에 대한 비중을 높여 서술했다.

책에 따르면 필리포스는 국가와 군대를 재창조했고, 파르메니온과 안티파트로스처럼 역량 있는 인재를 등용했으며 이웃 국가의 군사적 라이벌들이 젊은 나이에 죽는 등 일찍 찾아온 행운을 잘 이용할 수 있는 능력도 출중했다.

그는 불패의 군대를 키워냈다.

또한 "계속해서 움직이고 확장하기 위한 기계적 체계"를 만들어냈다.

그런 환경에서 미래의 성공을 꿈꾸는 것은 당연하다고 저자는 말하면서 "물론 그렇게 큰 꿈은 오직 알렉산드로스 같은 사람만이 꿀 수 있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필리포스는 예외적일 만큼 재능이 많은 장군이자 외교관"이라며 "그가 없었더라면 알렉산드로스의 이야기가 매우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전경훈 옮김. 848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