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중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와 정부의 부채 증가 문제에 대해 경고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금융시장 불안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재정 지출 확대로 재정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무디스, 中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으로 강등
5일 무디스는 성명을 통해 중국의 신용등급을 A1으로 유지하면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중국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과도한 재정 부양책을 쓰면서 중국 경제에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봤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이 과도한 빚을 내는 게 중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무디스는 “중국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부채 위기가 금융위기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 데 정책적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하지만 도덕적 해이를 피하고, 재정 비용을 억제하면서 금융 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중국 정부는 올 4분기 국가 재난 예방 및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1조위안(약 184조원)의 국채를 발행해 지방정부에 배포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앙정부가 대규모 국채 발행에 나선 것은 지방정부가 인프라 사업에 자금을 조달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각 지방정부는 그동안 자금 조달용 특수법인인 LGFV(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를 통해 인프라 사업 비용을 충당해왔는데, 올해 LGFV 총부채가 66조위안(약 1경2000조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불어났다. 하지만 부동산 개발 수요 위축에 따른 토지 판매 수익 급감 등의 원인으로 지방정부의 살림살이는 악화일로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LGFV 부채를 포함해 지방정부 총부채가 약 23조달러(약 3경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올해 3.8%로 오랫동안 고수해온 3%를 훨씬 웃돌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비 침체와 부동산 위기 등 중국의 복합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재정적자 비중을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경기동향을 보여주는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떨어지며 4분기 중국 경기 반등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무디스는 2017년 중국 경제 전반의 부채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과 국가 재정에 미칠 영향을 이유로 중국의 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내렸다. 이는 1989년 이후 처음으로 내려진 중국 부채 등급 강등이었다. 무디스가 중국 신용 등급전망을 내리면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피치 등 다른 신용평가사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S&P도 2017년 중국 신용등급을 A+로 강등한 이후 안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초 피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A+인 중국의 신용등급을 재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켄청 미즈호증권 수석 아시아 외환 전략가는 “등급 강등 리스크가 채권 발행 계획을 뒤집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는 부동산 부문과 중국 성장 둔화 우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등급 전망 인하가 채권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미·중 금리 차가 여전히 주요 동인”이라고 설명했다.

무디스의 국채 전망 하향 조정 이후에 중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2.68%로 거의 변동이 없다. 위안화는 국내 및 해외 거래 모두 약 0.1%의 손실을 기록했고, MSCI 중국 지수는 2% 이상 하락하며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