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레고켐바이오, 수십조 웃돈 붙는 ADC 강자이지만…적자 확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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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조 단위 ADC 플랫폼 거래 소식에…주가 ‘쑥’
“중국 임상 1상에서 안전성 확보 입증”
수년째 적자인데…비용 확대시킬 ‘임상 진입’ 전략 수립 레고켐바이오의 주가 상승세가 매섭습니다. 최근 항체약물접합(ADC) 플랫폼 관련한 기술이전이나 인수‧합병(M&A) 거래 규모가 수십조원에 이르면서 이 분야의 강자 중 하나로 꼽히는 레고켐바이오 주가도 한달 반 동안 50% 가깝게 올랐습니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항암제 개발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아이템이 ADC였다며 레고켐바이오에 대한 호평을 담은 리포트가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목표주가를 제시하고 있는 증권사는 두 곳뿐입니다. 심지어 이 두 증권사조차 레고켐바이오의 실적 전망치는 내놓지 않았습니다. 2020년 이후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만했습니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10월18일 3만3400원을 저점으로 지난 4일 4만9600원까지 약 한달 반동안 48.50% 상승했습니다. 상승세의 시작은 다국적제약사 머크와 일본 다이이찌산쿄가 맺은 30조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이었습니다. 이 계약으로 머크는 ADC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항암 신약 후보물질 3종에 대해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습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머크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의 특허 만료 이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서프라이즈로 상용화 기대감이 높은 엔허투(ADC가 적용된 고형암 치료제)로 검증받은 다이이찌산쿄에 과감한 기술 투자를 단행한 것”이라며 “성공 가능성이 높은 임상 데이터를 보여준 ADC 기술 거래에 웃돈이 붇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머크는 올해 3월 또 다른 ADC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텍 시젠을 인수하기 위해 화이자와 경합을 벌인 바 있습니다. 이 경쟁에서는 화이자가 56조원을 베팅하며 시젠을 인수하기로 했고, 내년에 인수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머크가 시젠을 인수하려고 했던 이유는 현재 키트루다와의 병용요법이 개발되고 ADC 약물을 시젠이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해당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 3상 결과는 지난달 개최된 유럽종양학회(ESMO) 연례학술대회에서 기립박수를 받았을 정도로 우수했다고 합니다.
엄민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가장 뜨거웠던 항암제 분야의 주제가 바로 ADC”라며 “내년은 ADC가 가장 주목받을 해”라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씨젠은 ADC 플랫폼 기술을 가진 글로벌 바이오텍 가운데서도 기술력이 우수하다는 평가입니다.
우선 ADC 플랫폼이 적용된 항암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안전성이 돋보인다고 합니다. 암세포에서만 독성물질이 방출되도록 하는 항체를 ‘링커’라고 부릅니다. 이 링커는 암세포에서만 발현되는 효소 등에 의해 끊어져 독성물질을 방출하도록 설계됩니다. 하지만 혈액 안에서 끊어지는 경우도 있어 호중구감소증이나 혈소판감소증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레고켐바이오의 링커는 비슷한 효능을 내는 용량에서 부작용 발생 비율이 적었다고 합니다.
유대웅 부국증권 연구원은 “레고켐바이오가 중국 복성제약이 기술이전한 LCB14의 임상 1b상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용량임에도 불구하고 엔허투와 유사한 수준의 객관적반응율(ORR), 현저히 낮은 수준의 부작용이 확인됐다”며 “해당 결과로 자체 링커 기술의 안전성이 입증돼 같은 링커가 적용된 파이프라인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레고켐바이오는 PBD라고 불리는, 링커 안에 들어가는 독성물질에도 2차 안전장치를 적용했습니다. 혈액 안에서 링커가 끊어져 PBD가 방출되더라도, 링커를 끊는 효소와 만나야만 독성이 발현되도록 한 겁니다.
최근에는 직접 보유한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실험에 직접 나서기도 했습니다. 보통 신약의 성공 가능성을 몇만분의 1이라고 말하지만, 임상 1상이 진입한 경우 확률이 10%로 높아집니다. 당연히 기술이전에서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죠. 증권가에서는 올해 안에 글로벌 임상 1/2상의 환자 투약이 예정된 LCB84에 대한 기술이전 기대가 부풀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만년 적자기업인 레고켐바이오의 적자 규모가 확대되는 이유입니다. 레고켐바이오의 영업적자 규모는 2020년(298억원)과 2021년(277억원)에는 300억원 미만이었지만, 작년에는 504억원으로 크게 확대됐습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영업적자 규모가 556억원에 달해 이미 작년 규모를 넘어섰습니다.
실적에서는 보여줄 게 없다보니 ADC 플랫폼 기술에 대해서는 호평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추정치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11월에 들어선 이후 레고켐바이오의 ADC 플랫폼 기술 가치 확대를 점치는 보고서를 낸 6개 증권사 모두 목표주가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유진투자증권과 SK증권은 각각 6만7000원과 6만6000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지만, 역시 실적 추정치는 없습니다.
서미화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장기간 기술이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금 유입이 적어질 우려가 있다”며 “경쟁기업들도 (LCB84)와 유사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경쟁사 대비 임상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상업화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
수십조 단위 ADC 플랫폼 거래 소식에…주가 ‘쑥’
“중국 임상 1상에서 안전성 확보 입증”
수년째 적자인데…비용 확대시킬 ‘임상 진입’ 전략 수립 레고켐바이오의 주가 상승세가 매섭습니다. 최근 항체약물접합(ADC) 플랫폼 관련한 기술이전이나 인수‧합병(M&A) 거래 규모가 수십조원에 이르면서 이 분야의 강자 중 하나로 꼽히는 레고켐바이오 주가도 한달 반 동안 50% 가깝게 올랐습니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항암제 개발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아이템이 ADC였다며 레고켐바이오에 대한 호평을 담은 리포트가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목표주가를 제시하고 있는 증권사는 두 곳뿐입니다. 심지어 이 두 증권사조차 레고켐바이오의 실적 전망치는 내놓지 않았습니다. 2020년 이후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머크‧다이이찌산쿄 30조 규모 기술이전 계약에…한달반동안 50%↑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일 레코켐바이오는 1.81% 하락한 4만87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중에는 5만100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그간 가파르게 상승한 데 따라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영향으로 보입니다.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만했습니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10월18일 3만3400원을 저점으로 지난 4일 4만9600원까지 약 한달 반동안 48.50% 상승했습니다. 상승세의 시작은 다국적제약사 머크와 일본 다이이찌산쿄가 맺은 30조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이었습니다. 이 계약으로 머크는 ADC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항암 신약 후보물질 3종에 대해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습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머크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의 특허 만료 이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서프라이즈로 상용화 기대감이 높은 엔허투(ADC가 적용된 고형암 치료제)로 검증받은 다이이찌산쿄에 과감한 기술 투자를 단행한 것”이라며 “성공 가능성이 높은 임상 데이터를 보여준 ADC 기술 거래에 웃돈이 붇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머크는 올해 3월 또 다른 ADC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텍 시젠을 인수하기 위해 화이자와 경합을 벌인 바 있습니다. 이 경쟁에서는 화이자가 56조원을 베팅하며 시젠을 인수하기로 했고, 내년에 인수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머크가 시젠을 인수하려고 했던 이유는 현재 키트루다와의 병용요법이 개발되고 ADC 약물을 시젠이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해당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 3상 결과는 지난달 개최된 유럽종양학회(ESMO) 연례학술대회에서 기립박수를 받았을 정도로 우수했다고 합니다.
엄민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가장 뜨거웠던 항암제 분야의 주제가 바로 ADC”라며 “내년은 ADC가 가장 주목받을 해”라고 전망했습니다.
“ACD의 고질병인 안전성 우수…2중 안전장치도”
ADC 플랫폼은 암세포를 찾아가도록 설계된 항체와 세포 살상 능력이 큰 독성물질을 결합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1세대 항암제인 화학항암제는 암세포 뿐만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파괴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한계가 있는데, 살상능력이 암세포에서만 발현되도록 2세대 항암제인 표적항암제의 특성을 합치는 겁니다.특히 씨젠은 ADC 플랫폼 기술을 가진 글로벌 바이오텍 가운데서도 기술력이 우수하다는 평가입니다.
우선 ADC 플랫폼이 적용된 항암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안전성이 돋보인다고 합니다. 암세포에서만 독성물질이 방출되도록 하는 항체를 ‘링커’라고 부릅니다. 이 링커는 암세포에서만 발현되는 효소 등에 의해 끊어져 독성물질을 방출하도록 설계됩니다. 하지만 혈액 안에서 끊어지는 경우도 있어 호중구감소증이나 혈소판감소증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레고켐바이오의 링커는 비슷한 효능을 내는 용량에서 부작용 발생 비율이 적었다고 합니다.
유대웅 부국증권 연구원은 “레고켐바이오가 중국 복성제약이 기술이전한 LCB14의 임상 1b상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용량임에도 불구하고 엔허투와 유사한 수준의 객관적반응율(ORR), 현저히 낮은 수준의 부작용이 확인됐다”며 “해당 결과로 자체 링커 기술의 안전성이 입증돼 같은 링커가 적용된 파이프라인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레고켐바이오는 PBD라고 불리는, 링커 안에 들어가는 독성물질에도 2차 안전장치를 적용했습니다. 혈액 안에서 링커가 끊어져 PBD가 방출되더라도, 링커를 끊는 효소와 만나야만 독성이 발현되도록 한 겁니다.
최근에는 직접 보유한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실험에 직접 나서기도 했습니다. 보통 신약의 성공 가능성을 몇만분의 1이라고 말하지만, 임상 1상이 진입한 경우 확률이 10%로 높아집니다. 당연히 기술이전에서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죠. 증권가에서는 올해 안에 글로벌 임상 1/2상의 환자 투약이 예정된 LCB84에 대한 기술이전 기대가 부풀고 있습니다.
‘임상 진입’ 전략 따른 적자 확대…“기술이전 안 이뤄지면 위험”
문제는 임상 비용입니다. 이전까지 레고켐바이오는 임상에 진입하기 전 단계의 후보물질을 기술 수출해왔지만, LCB84부터는 임상에 진입한 이후 기술수출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습니다.그렇지 않아도 만년 적자기업인 레고켐바이오의 적자 규모가 확대되는 이유입니다. 레고켐바이오의 영업적자 규모는 2020년(298억원)과 2021년(277억원)에는 300억원 미만이었지만, 작년에는 504억원으로 크게 확대됐습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영업적자 규모가 556억원에 달해 이미 작년 규모를 넘어섰습니다.
실적에서는 보여줄 게 없다보니 ADC 플랫폼 기술에 대해서는 호평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추정치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11월에 들어선 이후 레고켐바이오의 ADC 플랫폼 기술 가치 확대를 점치는 보고서를 낸 6개 증권사 모두 목표주가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유진투자증권과 SK증권은 각각 6만7000원과 6만6000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지만, 역시 실적 추정치는 없습니다.
서미화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장기간 기술이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금 유입이 적어질 우려가 있다”며 “경쟁기업들도 (LCB84)와 유사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경쟁사 대비 임상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상업화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