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날 이렇게 멋진 축구 선수로 만들어줘서 고마워"
홍명보 감독에도 감사 전해…'남은 목표'는 아시안컵과 ACL 우승
K리그1 최고의 별 김영권, 아내 생각에 '눈물의 MVP 수상'(종합)
"마지막으로 제가 감사를 전해야 할 사람이 있는데…."
2023시즌 프로축구 최고의 별로 우뚝 선 울산 현대의 김영권은 영광스러운 자리에 서서 잠시 말을 잃었다.

김영권이 숨을 고르며 힘겹게 말을 이으려는 와중에 단상 아래에서 이를 지켜보던 그의 아내는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김영권은 "여보 이 트로피는…(당신의) 땀과 노력이 하나하나 들어가 있는 트로피라고 생각해. 우리 아이들 정말 예쁘게 키워줘서 고맙고, 나를 이렇게 멋진 축구 선수로 만들어줘서 정말 고마워"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김영권은 4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23 대상 시상식에서 K리그1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울산의 K리그1 2연패 달성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중앙 수비수가 MVP를 수상한 건 2021년 홍정호(전북) 이후 2년 만이다.

2014 브라질,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까지 월드컵 3회 출전을 포함해 국가대표로 103경기에 출전한 김영권은 프로축구 선수로서도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는 영예를 누렸다.

김영권은 시상식 후 기자회견에서 "최대한 가정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으나 잘되지 않았다.

축구를 하다가 집에 소홀히 했고, 집안일에 신경을 쓰지 못해 아내 혼자서 할 일이 많아 힘들어했다"며 '눈물의 소감'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한 번도 티를 내지 않고 나를 위해 일하는 게 보였는데, 그런 게 생각이 나서 울컥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K리그1 최고의 별 김영권, 아내 생각에 '눈물의 MVP 수상'(종합)
김영권은 "아내가 '내년에는 더 잘해야겠네'라고 하는데, 나도 책임감이 들었다.

다들 '아내 말을 들어야 가정이 평화롭다'고 말씀하시는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영권의 수상 소감에서 아내만큼이나 많은 분량을 차지한 인물은 홍명보 감독이었다.

단상에 오른 김영권은 "제가 올 시즌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홍명보) 감독님께서 해주신 이야기가 기억난다"며 "'한, 두 경기 못 하면 어떠냐'는 말을 들었을 때 속이 뻥 뚫리면서 '올 시즌 우승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을 항상 보살펴주시는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지금까지 했던 것은 과거일 뿐이라고 항상 말씀해주시는데, 과거보다는 앞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울산 선수들이 짊어져야 했던 부담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김영권은 기자회견에서 올 시즌 도중 타 리그 팀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고 흔들리는 자신을 잡아준 게 홍 감독이라고 털어놨다.

김영권은 "나도 사람이라서 (다른 팀에)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과 2, 3시간 면담한 후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감독님의 경험을 통해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에 선택에 대해서 그때 많이 배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회가 없다.

남아 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끔 감독님께서 만들어주셨다"며 "금전적인 부분이 아쉽긴 하지만, 그것과도 바꿀 수 없는 MVP라는 자리로 충분히 충족됐다"고 덧붙였다.

김영권의 남은 목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과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이다.

K리그1 최고의 별 김영권, 아내 생각에 '눈물의 MVP 수상'(종합)
김영권은 "내가 아직 이루지 못한 아시안컵(우승)이 내게 중요한 커리어가 될 것 같다.

또 ACL 우승이라는 목표를 품고 울산에 입단했다"며 "이번에 기회가 남아 있다.

남은 경기를 다 이겨 토너먼트에 진출해 높은 곳으로 바라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최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에서 소속팀 동료 정승현에 밀려 출전 시간이 줄어든 김영권은 다시 입지를 넓히고 싶은 바람도 드러냈다.

김영권은 "내 (축구 인생의 ) 마지막 페이지의 시작은 이런 거다.

팬들이 보기에 '이 친구가 대표팀에 진심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영권은 수상 소감에 이례적으로 시상식 현장을 찾은 대한축구협회의 정몽규 회장을 향해서도 감사의 말도 넣었다.

김영권은 "한국 축구를 위해 항상 노력하시고, 어떻게 한국 축구를 발전시킬까 고민하시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님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