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지 않아요"…여신에게 무슨 사연이
홍콩 민주화 운동의 얼굴로 꼽히며 '민주 여신'으로 알려진 린 아그네스 차우(周庭·27)가 망명을 요청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명보 등은 차우가 캐나다로 떠나며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차우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캐나다 토론토에서 석사 학위 과정을 밟은 지 석달이 됐다"며 "원래 국가보안법 사건과 관련 경찰에 출두하기 위해 이달 말 홍콩에 돌아갈 예정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홍콩 상황, 나의 안전과 정신적·육체적 건강 등을 고려한 끝에 돌아가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아마 평생 (홍콩으로) 안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우는 지난 2019년 반정부 시위 도중 불법 집회 참가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7개월간 복역하다 2021년 6월 석방된 바 있다.

또 그는 투옥 직전인 2020년 8월에는 반중 일간지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 등과 함께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도 체포된 적 있는데, 당시 기소는 되지 않았고 경찰은 그의 여권을 압수했다. 경찰은 그가 석방된 후에도 정기적으로 경찰에 출두할 것을 명령했다.

올해 토론토에 있는 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은 차우는 경찰이 중국 선전을 방문하는 조건으로 여권 반환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차우는 중국 방문 자체를 매우 두려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우에 따르면 당시 경찰에 감사를 표하는 서한을 작성하도록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우는 "더 이상 하기 싫은 일을 강제로 하고 싶지 않고 중국 본토에 가고 싶지 않다"며 "이런 일이 계속되면 설사 내가 안전하다고 해도 내 몸과 마음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우는 홍콩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차우가 결성한 학생운동 단체 '학민사조'(學民思潮)는 2012년 홍콩 정부가 친중국적 내용의 국민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려고 하자 12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반대 운동을 주도하며 그 도입 계획을 철회시켰다.

이후 학민사조는 2014년 79일 동안 대규모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점거한 채 벌인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을 주도했고, 차우는 '학민여신'(學民女神)으로 불렸다.

또 차우는 일본에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알리는 역할을 하면서 '민주 여신'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한편, 홍콩 경찰 내 국가보안법 담당부서인 국가안전처는 이날 성명에서 "차우의 행동은 무책임하고 공개적으로 법치에 도전하는 것"이라며 "평생 도망자 딱지를 붙인 채 살지 말라"고 발표했다.


김원규기자 w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