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들이 시중은행으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붙잡아두기 위해 예금금리 인상에 나섰다. 올 들어 적은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저원가성 예금이 대형 시중은행 예금으로 이탈하면서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부 지방은행 예금 중에서는 최고금리가 저축은행 금리 수준에 근접한 상품도 나왔다.

○최고금리 연 4.37%

"빠져나가는 돈 잡자"…예금금리 올리는 지방은행
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만기 1년 기준 연 4.37%로 집계돼 국내 19개 은행이 적용하고 있는 정기예금 금리 중 가장 높았다. 지난달 29일에는 금리가 연 4.47%까지 높아지며 저축은행 예금 최고금리(상상인저축은행·연 4.4%)를 추월하기도 했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도 같은 날 주요 정기예금 최고금리를 연 4% 초반까지 올리면서 금리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구은행은 ‘DGB주거래우대예금’과 ‘DGB함께예금’의 최고금리(1년 만기 기준)를 연 4.25%까지 높였다. 부산은행도 ‘더 레벨업 정기예금’과 ‘더 특판 정기예금’ 금리를 최고 연 4.15%로 책정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주요 예금 최고금리(연 4.1%)를 웃돈다.

지방은행이 예금금리를 끌어올리는 이유는 금리가 연 0.1% 수준으로 낮아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과 저축성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서다. 통상 저원가성 예금이 줄어들면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높여 시중 자금을 끌어와 부족한 자금을 메운다. 부산 대구 경남 광주 전북 등 5대 지방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은 올해 9월 기준 64조3814억원으로 지난해 9월(75조5623억원)보다 14.8% 줄었다.

저원가성 예금이 줄어든 배경으로는 시중은행으로의 자금 이동이 꼽힌다. 시장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자 은행 고객들이 금리 혜택을 보기 위해 입출금통장 등에 맡겨둔 예금을 5대 은행을 비롯한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 정기예금 등으로 옮기면서 잔액이 대폭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예금 잔액은 작년 11월보다 약 5%(41조4383억원) 늘어난 868조7369억원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 금리 내리막길

예금금리 경쟁에 나선 지방은행과 달리 저축은행들은 올해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반대로 금리를 내리고 있다. 지난 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년 만기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4.06%로, 10월 28일(연 4.23%) 대비 0.17%포인트 하락했다.

금융권은 작년 말 무리하게 인상한 금리로 인해 적자가 발생하자 저축은행들이 금리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3분기 자산 규모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누적 순이익은 3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862억원)보다 95.2% 쪼그라들었다.

저축은행들의 순익이 급감한 것은 지난해 말 판매한 고금리 예·적금 특판 영향으로 이자비용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10개 저축은행의 합산 이자비용은 올해 3분기 5329억원으로 1년 전보다 79%(2353억원) 증가했다. 무리하게 올린 예금금리로 적자가 심해지자 이자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금리를 내려 예금 이탈을 오히려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금리 시기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차주가 늘어나면서 부실채권이 증가해 자산건전성이 크게 나빠진 점도 예금금리 하락 요인으로 지목된다. 높아진 연체율을 관리하기 위해 신규 대출 영업을 최소화하면서 예금 등 수신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올 3분기 말 연체율은 6.15%로 전 분기 대비 0.82%포인트 상승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