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131개사 기획감독서 92개사 체불 확인…69개사 사법처리
상습체불 의심 기업 감독했더니…'숨은 체불임금' 91억원 적발
상습체불 의심 기업과 건설현장 131곳에 대한 정부의 기획감독에서 90억원이 넘는 '숨은 체불임금'이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11월 전국의 상습·고의 임금체불 의심 사업체 119곳과 건설현장 12곳에 대해 기획감독을 실시하고 3일 이 같은 결과를 밝혔다.

감독 결과 131곳 중 70%가 넘는 92개사에서 임금체불이 확인됐으며, 체불액은 총 91억원이 넘었다.

단일 기획감독으로는 최대 규모 적발이라고 노동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이중 단순 착오나 소액 체불인 경우 등을 제외한 65개사를 즉시 사법처리했다.

이번 기획감독은 퇴직자와 달리 아직 재직 중인 근로자는 임금체불을 당해도 신고가 어렵다는 점에서 신고되지 않은 숨은 체불임금을 적발하기 위해 이뤄졌다.

과거 체불 기록 등을 토대로 의심 사업장을 추렸다.

노동부는 주로 IT 기업과 제조업체, 병원 등에서 경영난을 이유로 길게는 1년 넘게 임금을 적발하지 않은 사례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벤처기업인 A사는 업황 부진, 투자유치 난항 등을 이유로 직원 25명의 1년간 임금과 퇴직을 17억원을 체불했다.

중소병원 B사는 코로나19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1년 3개월간 25명의 임금과 퇴직금 4억5천만원을 체불했다.

상습체불 의심 기업 감독했더니…'숨은 체불임금' 91억원 적발
각종 수당을 기준보다 적게 또는 아예 지급하지 않은 기업들도 있었다.

한 지역농협은 주말 근무시 연장근로수당이 아닌 일정 금액의 당직비를 지급해 3년간 134명의 연장수당 등을 법정 기준보다 2억4천만원 적게 지급했다.

아울러 국토교통부와 합동으로 실시한 12개 건설현장 점검에선 시공 자격이 없는 업체에 불법으로 하도급한 현장 2곳과 임금을 근로자에 직접 지급하지 않고 현장팀장 등에 일괄 지급한 4곳도 함께 적발됐다.

노동부는 재직 근로자의 임금체불 피해를 막기 오는 11∼31일 임금체불 익명신고센터를 운영해 불시 기획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건설현장에 대한 근로감독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임금체불액은 1조4천5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넘게 늘었다.

피해 노동자는 22만7천여 명에 달한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임금체불을 근절해 나갈 예정"이라며 "체불액의 80%를 차지하는 반복・상습체불 제재를 강화하는 근로기준법과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상습체불 사업주에 정부 지원, 공공입찰 등에서 불이익을 주고 미지급 임금에 대한 지연이자를 재직자에게도 적용하는 등의 내용이며,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은 사업주가 체불임금 지급을 위해 융자를 활용할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