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마스 계획 알았는데...오판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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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시 당국자들은 하마스가 계획을 감행할 능력과 의도가 없다고 오판해 전쟁을 막지 못했다고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즈(NYT)가 보도했다.
NYT가 확보해 분석한 이스라엘 정부·군 내부 문건과 이메일 등의 내용에 따르면 당국이 1년 전 확보한 하마스의 공격 계획 정보와 실제로 지난 달 7일 하마스가 감행한 기습 공격 패턴이 서로 일치했다.
특히 '예리코 성벽'이라는 코드명을 붙인 40쪽짜리 문건은 하마스의 공격 개시일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가자지구 주변 방어시설을 제압하고 이스라엘 도시들을 장악하며 주요 군 기지를 공격하기 위한 체계적인 실행 계획이 담겨 있었다.
문건에는 하마스가 공격 시작과 함께 로켓포를 퍼붓고, 드론으로 감시 카메라와 자동 기관총을 파괴하며, 하마스 대원들이 패러글라이드나 오토바이 혹은 도보를 통해 이스라엘로 쏟아져 들어갈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NYT는 이 문건에 대해 "하마스는 이 청사진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따랐다"고 전했다.
'예리코 성벽' 문건 외에도 내부 경고가 있었다. 통신 정보 등을 다루는 이스라엘 8200 신호정보대 소속 전문가는 하마스가 '예리코 성벽' 문서에서 제시한 계획과 비슷한 내용의 집중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 훈련에는 이스라엘 항공기를 격추하고 키부츠(집단농장)와 군 기지를 점령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NYT가 확보한 당시 이메일에 따르면 가자사단 대령은 이같은 우려를 무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미국 국방부 메모에도 "하마스가 이스라엘 영토에서 다음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는 경고와 함께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 방식과 일치하는 계획이 담겨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예리코 성벽' 문건은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광범위하게 회람됐지만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 계획이 하마스의 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NYT는 이러한 오판의 기저에 하마스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가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협상에 임하는 태도를 봤을때 이들이 전쟁할 의도가 없다고 봤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당시 이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하마스가 공격을 계획한 지점에 군사력을 보강했다면 방어에 성공했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확보한) 어떤 이메일에서도 전쟁이 임박했음을 예상한 내용은 없었고, 하마스가 전쟁에 관심이 없다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관리들의 통상적인 믿음을 깨려는 전문가도 없었다"며 "그러는 사이 (하마스가) 할 수 있는 일과 열망하는 일의 간격이 줄어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