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보복 군사작전이 '테러리즘'이란 게 교황 인식이냐" 이 반발
"교황, 이스라엘 대통령과 비공개 통화서 '테러 안된다' 경고"
전 세계 가톨릭 신자 13억명을 거느린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0월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비공개 통화를 해 가자지구를 상대로 테러를 저지르지 말 것을 이스라엘에 경고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 보도했다.

통화가 이뤄진 시점은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으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폭격하고, 지상전을 위해 가자시티 깊숙이 탱크를 배치하던 때이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당시 하마스의 기습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포를 교황에게 설명하자, 교황은 "테러에 테러로 대응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퉁명스럽게 응수했다고 당시 통화를 잘 아는 이스라엘 고위 관리가 전했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교황의 이같은 발언에 이스라엘 정부가 자국 국민을 방어하기 위해 가자지구에서 필요한 것을 하고 있다고 항변했지만, 교황은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에게는 응당 책임을 물어야 하겠지만, 민간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교황은 이후 지난달 22일 성베드로 광장에서 진행된 수요 일반알현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을 놓고 "전쟁이 아니라 이를 넘어선 테러"라며 분쟁 종식을 촉구했다.

교황은 이날 일반알현 직전에는 하마스에 납치돼 억류 중인 이스라엘 인질 가족과 가자지구에 가족을 둔 팔레스타인인들을 각각 만나 양측의 고통을 각각 청취하고, 슬픔을 함께 나눈 바 있다.

지금까지는 공개된 적이 없는 교황과 헤르조그 대통령의 10월 하순 통화와 교황의 지난 달 22일 수요일반 알현에서의 발언을 종합할 때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벌이고 있는 군사작전을 교황이 '테러 행위'로 부르고 있다는 것이 이스라엘 측의 해석이다.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익명을 요구한 이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달리 어떻게 해석할 수 있겠느냐"고 WP에 반문했다.

교황청은 이와 관련, 교황이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의 행동을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테러리즘'으로 묘사했는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교황과 헤르조그 대통령이 통화를 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이스라엘 대통령실 대변인은 "사적인 통화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이 사안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테러' 발언은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으로 민간인을 포함한 가자지구에서의 인명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것이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하마스에 대한 보복으로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개시한 뒤 현재까지 사망자는 1만3천300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13억명의 신자를 거느린 로마 가톨릭의 수장이자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로, 국제 여론에 누구보다 영향력이 큰 교황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서의 군사행동을 '테러리즘'에 빗댄 것은 이스라엘 내부와 미국내 친이스라엘 단체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스라엘 헤브루대 유대교-기독교 관계 전문가인 카르마 벤 요하난은 "교황은 도덕적 위상이 높고, 그의 영적 지침은 울림이 크다"며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 (교황의 '테러'에 대한) 함의라면, 이는 좀 더 인기있는 의견이 될 위험이 있으며, 유대교와 가톨릭의 관계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